[한경에세이] 광화문에 부는 바람 ‥ 윤성갑 <아경산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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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갑 아경산업 대표 akyung@kornet.net
알프스에서 흘러나오는 론강(江) 언저리에 프랑스 제2의 도시 리옹이 있다.
비행기에서 내려 리옹 공항청사에 들어서니 평소 즐겨 읽었던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그림들이 채색돼 있었다.
"어린왕자를 읽고도 별 감동이 없는 사람들과는 친할 수 없다"는 법정 스님의 글 '영혼의 모음'을 읽고부터 어린왕자를 좋아해 오던 차에 리옹 공항에서 어린왕자를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생텍쥐페리의 고향이 바로 리옹인 관계로 공항 이름도 생텍쥐페리공항이었다.
소설가 이름을 공항 이름으로 붙일 수 있는 프랑스인들의 예술적 가치관이 부럽기만 했다.
마침 우리나라에서도 경춘선의 '신남역'을 '김유정역'으로 개명한다는 소식이 있어 다행스럽다.
생텍쥐페리는 "서로 마주보는 것은 대립하는 것이요,같은 방향으로 보는 것이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작금 광화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면서 대립하고 있는 위정자와 언론의 갈등을 빗댄 것 같기도 하다.
같은 방향을 보고 사량(思量),즉 서로 생각하고 헤아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찍이 고하(古下) 송진우 선생은 위정자와 언론의 극단적인 대립을 지양하기 위해 "위정자들은 옳다는 판단을 다시 한 번 뉘우쳐보는 겸손과 두려움이 있어야 하며,언론인들은 자기 주장의 80%만 쓰고 20%는 자제해 대화의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 여파로 위정자와 언론간의 갈등이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자는 국민 다수의 상식이 통할 수 있는 여론과 논리를 전개,국민들이 억울한 피해자가 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신뢰받는 리더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종교인 부문에서 법정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이 선정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 소시민들은 지금과 같은 사회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두 분이 나서서 이 사회의 불확실성을 지적해주길 바라고 있다.
법정 스님은 길상사에서 가진 가을 법회에서 "인간은 때가 되면 누구나 일몰 앞에 서게 되는데,그 전에 맺힌 것을 풀어 자유로워져야 된다"며 "이 좋은 가을날 열린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제에 여야 정치인들은 일몰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기억하면서,분쟁의 정치를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상생의 정치를 모색할 것인지를 고심해주었으면 한다.
광화문에 부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아 어린왕자의 예지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