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듀폰의 끝없는 연구개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듀폰이 변압기를 만든다고?'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라이크라 고어텍스 등 의류 소재로 잘 알려진 듀폰코리아가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다. 듀폰이 이날 내놓은 제품은 변압기. '듀폰에 중전기 사업분야가 있었나' 고개를 갸우뚱하며 행사장에 들어선 참석자들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변압기를 개발한 사업부의 이름이다.
AFS(Advanced Fiber System)사업부. 화학섬유회사로 시작한 듀폰의 발전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업부 이름이다. AFS는 절연효과가 뛰어난 특수섬유 '노맥스'와 철사보다 인장강도가 5배 높은 방탄 섬유 '케블라'를 개발,전기·자동차 부품 등 1백여개의 상품으로 만들고 있다. 변압기도 이중 하나. 3백년간 축적된 듀폰의 고분자화학기술이 산업계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
듀폰이 산업자재용 특수 섬유를 만들기 시작한 건 지난 1960년대 초.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 전통적 화학섬유 시장을 한국 일본 대만 업체들이 잠식해 들어오면서부터다. 진입 장벽이 낮은 나일론 폴리에스터 대신 기존 기술을 계속 업그레이드해 고부가가치 섬유제품을 개발했다.연구개발에만 연간 13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결과다.
듀폰은 이제 단순한 제품 판매 수준을 넘어 고객들에게 제품과 관련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리처드 프러버 듀폰코리아 상무는 "고분자기술뿐 아니라 이를 시장의 요구에 맞게 상품화하고 마케팅하는 노하우가 듀폰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듀폰은 무형의 지적 자산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굴뚝산업이자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는 화섬산업.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로까지 전락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진화를 거쳐 화섬산업을 '지식산업'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듀폰의 사례를 한국 화섬업계가 제대로 파악은 하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유창재 산업부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