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잠깐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


19일 오후 서울 극장에서 열린 영화 '주홍글씨'의 기자회견에서 한석규가 "지옥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변혁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주홍글씨'는 어긋난 사랑의 대가를 치르는 남자 기훈의 얘기. 강력계 형사 기훈은 아내 수현(엄지원)과 정부 가희(이은주), 사건과 관련된 미망인 경희(성현아) 등 세 여자와 서로 다른 사랑을 나눈다.




한석규가 '지옥'이라고 말한 장면은 후반부 가희와 트렁크에 갇힌 장면. 그는 "관객들이 이 장면으로 지옥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고 실제로 (나도)지옥에 잠깐 갔다 온 느낌"이라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모두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장면은 서울 인근의 한 세트장에서 3일 동안 촬영됐다. 좁은 공간에 갇힌 두사람은 피와 땀 투성이가 된 채 절규한다.


힘들었기는 같이 출연한 이은주도 마찬가지. "크랭크인부터 걱정과 부담을 갖고(이 장면의) 촬영을 기다렸다"는 그는 "'딱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정말지옥같았다. 지금까지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될 것"이라고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다음은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석규, 이은주와 변혁 감독의 일문 일답.


◇한석규


--영화를 본 소감은?


▲세 번째 영화를 봤는데 보면 볼수록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부인이 베드신을 보면 충격적이라고 하지 않을까.


▲ 아내보다 큰 아이가 어떻게 볼지 더 걱정이 된다. (웃음) 아내에게는 시나리오로 자세히 설명해 줬으니 걱정하고 있지는 않는다. 관객들이 베드신에 대해 배우가 아닌 두 인물이 나누는 것이라고 봐 줬으면 좋겠다.


--10년 후 어떤 모습일 것 같나.


▲10년 전에는 드라마 '서울의 달'을 촬영하고 있었고, 당시 10년 후에도 계속배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바람이다. 2014년에도 지금처럼 현역 선수였으면 좋겠다.


◇이은주


--시사회 소감을 말해달라.


▲볼 때마다 힘이 들 것 같아 지금까지 딱 한 번만 영화를 봤다. 관객들의 가슴속에 깊이 남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가희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받아들였나.


▲너무나 복잡한 영화다. 지금까지 책에서도 전혀 보지 못한 인물이다. 최근 살이 많이 빠졌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어디 아픈 데 없느냐는 말도 많이 듣는다. 정말 한 동안 가희처럼 살았던 것 같다. 매일 기도는 마음으로 가희가 되려고 했다.


독립적이고 의존하지 않으며 가슴앓이 하면서 스스로 해결하려는 점이 실제 나와 닮았지만 결론이 뻔히 보이는 사랑에 온 몸을 던지는 것은 다른 점이다.


◇변혁


--배우들의 연기에 만족하는가.


▲물론 만족한다. 이 네 명의 배우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다니엘 호손의 동명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나.


▲원작 소설의 여주인공은 가희의 캐릭터 속에 투영됐다. 사회적 금기에 반하는인물이 받는 대가라는 것을 소설에서 차용하고 싶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