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성장과 산업기술 혁신의 주역.'


최근 1만개를 넘어선 국내 기업연구소의 위상이다.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온 기업들이 도약하는 데는 우수한 기술개발로 세계를 놀라게 한 기업연구소들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 기업 연구소의 역사는 곧 국내 산업기술의 발전사로 통하고 있다.


국내 산업 발전의 고비고비에서 기업 연구소들은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한참이나 떨어졌던 외국과의 기술 격차를 불과 몇년 만에 극복해 내는 저력을 보였다.


때로는 20~30년 동안 쉼없이 선진 기술을 추격,마침내 그 격차를 극복하고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기업연구소 연구원의 땀방울이 있었기에 오늘날 기술 한국의 위상도 확보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1만개 시대로 돌입한 국내 기업연구소의 역사를 살펴본다.



◆1호 탄생


국내 기업연구소의 역사는 60년대 국가적인 산업화 과정에서 시작됐다.


산업화의 첨병이었던 기업들은 비록 대부분의 기술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점차 기술 국산화에 눈뜨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70년대 중반까지 대부분의 연구개발(R&D)이 정부출연연구기관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기업연구소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다가 70년대 1,2차 오일쇼크 등으로 기술자립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업들이 R&D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산업 고도화에 따라 핵심기술 확보에 대한 산업계의 요구가 커진 점도 기업이 R&D를 강화하게 된 이유가 됐다.


이같은 흐름에 맞춰 7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매출액 3백억원 이상의 제조업체에 대해 연구소 설립을 권장했고,그 후속조치로 이듬해 민간연구소설립추진협의회(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전신)가 설립됐다.


이어 81년 10월 과학기술처가 "기업연구소 설립신고 및 인정제도"를 도입,46개 연구소를 최초로 인정하면서 국내 기업연구소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게 됐다.


금강고려화학(KCC) 중앙연구소,기아자동차 소산리 연구소,삼성전자 종합연구소,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LG전선 연구소,LG전자 기술원,현대자동차 울산연구소,SK케미칼 연구소 등이 처음으로 인정을 받았다.



◆성장과 도약


국내 기업연구소는 81년 최초 인정 이후 급속한 증가세를 보였다.


2년여 만인 83년에 1백개를 돌파했으며 88년엔 5백개를 넘어섰다.


이어 91년 1천개를 뛰어넘은 뒤 95년 2천개,97년 3천개,2000년 5천로 빠르게 증가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9월 진성티이씨가 1만번째로 등록,1만개 시대를 열었다.


23년동안 하루 평균 1개 이상의 연구소가 설립되고 연평균 4백30개가 넘는 연구소가 탄생한 셈이다.


80년대 기업연구소 인정제도 도입 당시엔 대기업이 주류를 이뤘다.


당시만 해도 산업계 전반에 R&D에 대한 인식과 체계적인 시스템이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일부 대기업만이 실제로 연구소를 설립해 연구활동을 본격화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있었다.


연구영역도 전자 화학 기계 등 당시 우리나라의 주력 분야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고합 대덕연구소,금호석유화학 연구소,LG화학 고분자연구소,광동제약 중앙연구소,삼성전자 정보컴퓨터 연구소 등이 80년대 중·후반에 기업연구소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다가 80년대 후반부터 중소기업 연구소가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 육성정책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 수가 크게 증가한 데다 R&D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중소기업으로도 널리 확산된 데 따른 것이었다.


아울러 병역특례법 등 각종 지원제도의 강화도 중소기업연구소를 증가시킨 배경이 됐다.


90년대 후반엔 벤처창업 열풍 등으로 벤처기업 연구소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또한 반도체 가전 등 전자산업의 융성과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에 힘입어 이들 분야 연구소도 크게 늘어났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83년 9개에 불과하던 중소기업 연구소는 88년 3백22개에 이어 89년 처음으로 대기업 연구소 수를 추월했다.


이어 93년엔 1천1백13개로 늘어났고 98년에는 2천9백60개를 기록했다.


98년 한 해에만 7백94개 중소기업 연구소가 등록됐으며,2003년엔 1천2백82개 중소기업 연구소가 등록됐다.


대기업 연구소는 81년 53개를 시작으로 매년 30∼50개 정도씩 증가,8백80여개에 이르고 있다.



◆1만개 시대


연구소 1만개,연구인력 14만 1천9백78명,연구비 14조3천2백66억원.국내 기업연구소의 현주소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연구소가 8백80개(8.8%),중소기업 연구소가 9천1백20개(91.2%)를 각각 차지한다.


분야 별로는 전기·전자가 5천5백19개(55.2%)로 가장 많고 기계 1천6백12개(16.1%),화학·생명분야1천5백92개(15.9%),건설·환경분야 6백67개(6.7%)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7천1백75개(71.8%)가 집중돼 있으며 영남권 1천3백59개(13.6%),중부권 1천1백38개(11.4%),호남권 3백1개(3.0%) 순이다.


그러나 수도권 소재 기업연구소의 비중은 2002년을 정점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R&D 투자비는 2003년에 14조 3천2백66억원으로,국가 R&D 투자의 75.1%를 차지했다.


매출액 대비 R&D투자는 평균 2.16%이며 벤처기업이 7.9%로 가장 높고 중소기업 2.4%,대기업 1.9%를 각각 기록했다.


연구인력은 14만1천9백78명으로,국가 연구인력의 62.6%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연구소의 연구인력은 86년 1만명을 넘어선 후 94년 5만명,2000년 10만명을 돌파했다.


현재 연구원 5명 이하인 연구소가 4천2백22개(42.2%)이며 6∼10명이 3천3백94개(33.9%)이다.


1백명 이상의 연구소도 1백69개(1.7%)에 이른다.


1개 연구소당 평균 연구원은 14.2명이며,석·박사급 연구인력 비중은 91년의 30.9%에서 현재 38.2%로 증가했다.


대기업 연구소의 59%인 5백18개가 박사급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19%만이 박사급 연구원을 확보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기업이 설립한 연구소는 9백1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외국인 투자비율이 50% 미만인 곳이 5백79개(64.3%),50% 이상은 3백22개(35.7%)이며 1백% 해외지분 기업의 연구소는 1백32개다.


외국인 투자비율이 1백%인 기업연구소의 경우 미국이 52개(39.4%)로 가장 많고,독일 19개(14.4%),일본 17개(12.9%),네덜란드 8개(6.0%) 등 순이다.


이들 4개국이 전체의 72.7%를 차지하고 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


---------------------------------------------------------------------


[ 정부 지원 ]


기업연구소 1만개시대를 맞게된 데는 자금 및 세제 지원,병역특례제 도입 등 정부 지원책이 큰 역할을 했다.


정부는 79년 민간연구소설립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인정제도를 도입했다.


81년 인정제도가 본격시행되면서 기술개발촉진법으로 특정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기업연구소의 참여근거를 마련했으며 병역특례제도도 신설했다.


병역특례제도 도입은 중소기업 연구소설립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82년엔 기술개발촉진법에 기업연구소 신고 요건을 신설했고 83년엔 연구개발용품에 대해 관세감면 제도를 적용했다.


이어 85년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소 설립요건을 완화했으며 86년엔 공업기반기술개발사업에 기업연구소 참여근거를 마련했다.


이어 91년 부터는 산업기술진흥협회가 기업연구소의 신고 및 관리 업무를 전담토록 함으로써 체계적인 지원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98년엔 벤처기업 대표자가 연구소 연구전담요원을 겸할 수 있도록 했다.


2001년엔 창업 5년미만 벤처기업 연구소의 인적 신고요건을 완화했으며 지난해엔 중소 벤처기업연구소 연구원의 연구활동비에 대한 비과세제도를 신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