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2세인 다이에그룹 창업자 나카우치 이사오씨처럼 드라마틱한 인생을 산 인물도 드물다. 나카우치씨는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0년대 초 인도차이나반도 밀림 속에서 여러차례 사선을 넘나들었다. 그가 패잔병으로 쫓기면서 동료들의 '인육'을 먹고 생존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전해진다. 나카우치씨는 풍부한 상품을 싼 값에 공급,소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유통혁명' 아이디어를 전쟁중에 얻었다고 한다. 미군을 습격하러 갔다가,병사들이 가솔린으로 발동기를 돌려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가솔린 한방울은 피 한방울'이라고 교육받은 일본병사의 눈에 미국은 상대하기 어려운 풍요의 상징이었다. 그는 1957년 '주부의 다이에'라는 이름으로 오사카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생활잡화를 파는 구멍가게였지만,싼값에 좋은 물건을 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69년부터 전국 체인화에 착수,다음해 매출 1천억엔을 돌파했고,72년에 미쓰코시백화점을 제치고 유통업계 정상에 등극했다. 80년 소매유통업계 최초의 매출 1조엔을 돌파,다이에 신화를 일궈냈다. 그러나 다이에는 일본경제 버블이 꺼지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90년부터 장기불황이 이어지면서 차입과 부동산 매입을 통한 성장 전략은 한계에 부딪쳤고,소비자들도 더 이상 싼 제품에 몰리지 않았다. 결국 98년 첫 적자를 기록한뒤 경영난이 심화돼,나카우치씨는 2001년 다카키 사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일선에서 은퇴했다 현재 고베시 유통과학대학에서 노구의 몸을 이끌고 틈틈이 강의를 하고 있는 나카우치씨는 아직도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 나카우치씨의 성공과 실패는 확대 경영 일변도의 20세기식 경영전략이 한계에 부딪쳤음을 보여준다. 도쿄= 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