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마약특별수사본부가 밀매단으로부터 압수한 1백억원규모의 마약을 수송과정에서 탈취당한다.


마약의 소재 파악에 나선 강성주형사(고수)는 우연히 사건의 목격자이자 피해자 서유진(송지효)으로부터 자신의 죽음에 관한 예언을 듣는다.


이로써 이야기는 '마약의 행방'과 '강형사의 예정된 죽음'이란 두 축으로 갈린다.


장윤현 감독의 미스터리 액션 '썸'은 할리우드 형사액션물을 연상시키는 범죄 드라마를 속도감 있게 펼쳐낸다.


마약 탈취 현장은 생략한 채 수사 과정을 중심 플롯으로 설정해 관객의 추리를 유도하고 있다.


이 작품은 형사 미스터리물의 정석대로 시작 후 10여분만에 핵심 사건과 인물들이 대부분 소개된다.


이후 강 형사가 범인으로 오인되고 강 형사의 측근이 범인으로 밝혀지며 반전을 거쳐 사건이 해결되는 수순을 밟는다.


이는 할리우드 형사영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사건 해결의 주요 동력으로 '데자뷰'를 도입한 것은 이채롭다.


심리학에서 기시감(旣視感)으로 번역되는 데자뷰는 처음 경험한 것을 어디선가 본 것같이 느끼거나 어떤 일의 발생가능성에 확신을 갖게 되는 심리현상이다.


서유진이 데자뷰를 통해 강 형사와 의견을 나누면서 파국을 모면하는 설정은 의사소통이야말로 최상의 해결책임을 시사한다.


고립된 주인공이 비극적인 결말로 치달았던 장 감독의 전작 '텔미썸딩'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사건 해결의 열쇠로 '비논리적인' 데자뷰를 차용함으로써 미스터리물에서 맛볼 수 있는 추리의 묘미가 사라졌다.


젊은 관객층을 붙들기 위해 다양한 소품과 기호들이 도입됐다.


주역 배우들이 신세대일 뿐 아니라 범죄단체에 소속된 용의자들도 10대와 20대 배우들이다.


그들은 휴대폰의 여러 기능을 활용하며 호출 기호로 '흑마왕''성추행' 등 신세대적 이름을 사용한다.


자동차 추격전은 가장 큰 볼거리다.


자동차들의 역주행이나 추돌 신은 군더더기 없는 장면으로 박진감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범죄단체 단원 역을 맡은 젊은 배우들의 연기는 어설프다.


대사에는 감정이 실리지 않았으며 쫓기는 자들의 초조감도 찾아보기 어렵다.


22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