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경기를 되살릴 대책을 마련중이지만 마땅한 '묘수'를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5%대 성장을 떠받치기 위해 '한국판 뉴딜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은 세웠지만 여기에 담을 뾰족한 정책 아이디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17일 재경부 관계자는 "내년 경기 부양을 위한 종합 프로젝트 격인 한국판 뉴딜정책에 연기금을 이용한 공공 건설과 국가 데이터베이스(DB) 재구축 사업 등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지만 그것만으론 역부족인 게 사실"이라며 "최근 각 부처에 공문을 보내 경기부양책에 넣을 만한 사업 아이디어를 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경부 인터넷 홈페이지(www.mofe.go.kr) 토론방을 통해선 국민들의 경기진작 아이디어도 공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경부가 그동안 '청년실업 해소 방안' 등 기존 정책에 대해 네티즌들의 평가 의견을 구한 적은 있어도 다른 부처와 국민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정책 제안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침체에 빠진 경제를 건져낼 해법을 못 찾고 있다는 방증이다.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란 점은 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최근 "내년엔 수출 증가세가 둔화돼 성장기여도가 거의 사라지는 데다 고유가(-0.4%포인트)와 소비심리 악화 등 내수 침체(-0.9∼1.0%포인트) 요인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인 5%대에서 (4%선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내년 중 늘어나는 4조5천여억원의 재정은 성장률을 0.5%포인트 정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며 "나머지(0.5∼1%포인트 성장)를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재경부가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정책'은 바로 그 모자라는 0.5∼1%포인트 성장을 위한 방책인 셈이다. 이처럼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무릎을 칠 만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 예산은 정부안이 확정돼 운신의 폭이 좁다. 투자와 소비를 되살릴 묘책도 마땅치 않다. 그동안 콜금리 인하와 일부 특소세 폐지 등 정책수단을 써봤지만 '약효'를 발휘하지 못했다. 고육책으로 공기업이나 연기금의 돈을 동원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그러나 나성린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경기침체는 정치권과 정부의 정책 혼선으로 기업과 국민들이 미래를 불안해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외면한 채 땜질식 부양책을 써봐야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