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하여도 울렁 생각만 하여도 울렁/수줍은 열아홉살 움트는 첫사랑을 몰라주세요…/장미꽃보다 더 붉은 열아홉 순정이래요/바람이 스쳐도 울렁 버들이 피어도 울렁…/진주빛보다 더 고운 열아홉 순정이래요.'(이미자'열아홉 순정') '열아홉 처녀 때는 수줍던 그 아내가…'(최희준 '엄처시하') 40여년 전 나온 옛가요에 등장하는 여자 나이 열아홉은 수줍지만 결혼을 전제로 한 사랑이 가능한 나이였다. 여성의 평균 초혼연령이 21.6세였으니까. 지금의 열아홉은? 이성에 관심을 갖는 건 비슷하겠지만 다른 상황은 영 딴판이다. 사람에 따라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고3인 까닭이다. '19세와 20세의 차이'라는 인터넷 글은 고3과 대학생(사회초년생)으로 나뉘는 양쪽의 생활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준다. '19세는 공부,20세는 술로 밤샌다/19세는 동아리에서 물러나고,20세는 가입한다/19세는 야자(야간자율학습),20세는 여자(남자)를 생각한다/19세는 방송국에 연예인 보러,20세는 아르바이트하러 간다.' 여기서의 19세는 한국식 나이다. 정상적인 과정을 거칠 경우 통상나이 20세,즉 만19세면 고등학교를 마치고 성인대열에 들어선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현행 민법에선 성인의 연령을 만20세로 규정,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미성년자 취급을 받는 일이 생기곤 했다.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의 기준이 만19세 미만으로 정해진 건 그래서이다. 정부가 성인 연령을 19세로 낮춘 민법 개정안을 마련, 정기국회에 상정한다고 한다. 개정안 통과 후 1년의 유예기간이 지나는 2006년부터는 만19세면 부모의 동의 없이 결혼이나 매매계약을 할 수 있고 국적 취득과 귀화,사업자등록이 가능해지는 등 민법상 성인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누리게 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른이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성인이란 권리만 갖는 게 아니라 자신의 판단과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선인들이 관례를 중시한 것은 단순한 치레가 아니라 엄숙한 형식을 통해 어른으로서 거듭나게 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성인 연령을 낮추는 것과 함께 19세가 지니는 의미와 무게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