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된 영국인 케네스 비글리(62)가 살해되는 장면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가 10일 한 웹사이트에 공개됐다.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TV 가 8일 비글리씨 피살 소식을 보도하고 바그다드주재 기자가 살해 장면을 찍은 비디오를 봤다고 밝힌데 이어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다. 비디오 동영상을 공개한 웹 사이트는 비글리씨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납치조직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가 운영하는 사이트로 보인다. 4분 짜리 동영상에서 비글리씨는 이전에 이 조직에 의해 살해된 이들과 마찬가지로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수감자들이 입는 오렌지색 수의 같은 옷을 입은 채 7명의 복면한 괴한들 앞에 앉아 있었고 괴한들 뒤로는 타우히드 왈 지하드 조직의 깃발이 걸려 있었다. 비글리씨는 살해되기 전 짤막한 성명을 통해 "나는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다. 나 는 가족들과 함께 소박하게 살려는 단순한 사람이다"라고 말한 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를 향해 "나는 당신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애원했다. 그는 이어 "블레어 총리, 내 목숨이 또다시 경각에 달려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돕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복면한 괴한 한 명은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이 자신들의 요구대로 이라크에수감된 여성들을 모두 풀어줄 시간을 주기 위해 비글리씨의 살해 시한을 연장했다면서 "영국 정부는 국민들을 위하는 것 처럼 행동하지만 사실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괴한은 이어 "영국은 이 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래서 이 사악한 영국인에게 돌아갈 것은 칼 밖에 없다"고 말한 뒤 갑자기 자신의 벨트에서 칼을 뽑았고 다른 3명이 왼편으로 쓰러진 비글리씨를 누르는 사이 그의 목을벴다. 동영상은 또 그의 목을 자른 괴한이 잘린 목을 들어 보인 뒤 이를 몸체 위에 올려놓는 장면도 들어있다. 지난 8일 처음으로 비글리씨 살해 비디오 테이프를 입수해 이를 보도한 아부다비 TV는 언제 어떤 경위로 그의 살해 장면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넘겨 받았는지에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바그다드 AP.로이터=연합뉴스)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