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한국은행이 어제 금통위에서 콜금리를 동결했다.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경기를 생각하면 금리를 더 내리는 것이 좋을 수도 있으나 실제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는 것은 자칫 부작용만 키울수 있다는 판단인 듯하다. 박승 총재가 "시중 유동성이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채권과 주식시장으로 흘러 시장금리를 폭락시키는 한편 주가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는게 옳은지,그대로 두는게 좋은지를 판단하기는 정말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재경부 등 정부는 경기 진작을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려줬으면 하는 생각이고,한국은행이나 일부 학자들은 물가상승 등 금리인하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하는 등 정책당국과 학자들 사이에서도 현저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금리인하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8월 콜금리를 내린 이후 두 달 연속 은행들의 기업대출이 줄어들고 있고,가계대출 증가폭도 크게 둔화되는 등 투자와 소비진작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은 콜금리 인하 효과는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실물부문에 반영되기 때문에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으나 실제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그래서인지 한편에선 우리 경제가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춰도 투자와 소비가 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유동성 함정'은 금리인하의 효과를 의문시하는 이론이고 보면 요즘 금리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상황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위기상황으로 치닫는 우리 경제를 보면서 정책당국이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고 보면 지금 할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금리인하도 그런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물론 금리가 결정적인 경기부양책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유가나 임금 등 외생적 변수들이 중요해지면서 금리만으로 경기와 물가를 조절하기 어렵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바로 그런 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질 수밖에 없다. 경기살리기를 위한 과감한 재정 조세정책과 함께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수 있는 규제완화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