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받은 뒤 불임현상을 일으키게 되는 체내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백혈병과 난소암 등 항암치료 후 일어나는 불임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경상대 축산과학부 김진회 교수팀은 난소암이나 백혈병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항암제인 '부스판'(busulfan)을 수컷 생쥐에 투여한 결과 이 항암제가 'c kit' 단백질을 발현하는 정자의 근원세포를 죽임으로써 불임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그동안 부스판 등의 항암제가 체내에 투여되면 불임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었다. 이에 따라 외과적 수술과 방사선요법,화학요법 등을 사용할 때 성인의 경우는 암 치료 전에 정자나 난자를 채취해 냉동 보관하는 방법으로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했지만 정자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어린아이는 암 치료에 성공했다고 해도 성인이 된 뒤 불임 때문에 또 한번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럽연합(EU) 생화학학회지' 10월호에 게재됐다. 김 교수 팀이 밝혀낸 불임 메커니즘의 핵심은 동물에게서 정자와 난자의 분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c kit'라는 단백질이다. 연구 팀은 항암치료시 해당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하는 물질을 개발해 암 치료제와 함께 투여하면 항암치료에 따른 불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남성에게 불임을 유발하는 단백질의 종류와 작용원리를 밝힌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자와 난자가 생성되기 전의 어린이 암환자에게 항암제를 원래대로 투여하면 대부분이 불임이 되지만 현재로서는 치료법이 없다"면서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 측면에서 성과가 크지만 실제 임상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상당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