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4 프로야구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또다시 악재에 휩싸일 조짐이다. 시즌 막판 정규리그 1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4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현대-기아전에서 기아가 9회말 석연찮은 역전패를 당하자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홈페이지를 비롯해 각 구단 인터넷 게시판에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또한 5일 오전 모 스포츠신문을 통해 김응용 삼성 감독의 비난 발언이 전해지자 각 구단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의 비난과 옹호 공방이 더욱 거세지면서 파문으로 번지고 있다. 4일 경기에서 기아 벤치의 선수 기용은 사실 최선을 다한 경기라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유남호 감독 대행은 선발 최향남이 5회까지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있지만6회 뚜렷한 이유없이 윤형진으로 교체했고 6회말 수비에서는 이종범마저 빼버렸다. 또 3-2로 앞선 9회말 마지막 수비에서는 4번째 투수인 좌완 오철민이 실책과 볼넷 2개로 1사 만루의 역전 위기를 맞았지만 전혀 투수 교체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2사 만루에서 현대의 주포 클리프 브룸바가 타석에 나섰을 때 유남호 대행은 마무리인 언더핸드투수 신용운이나 이강철의 몸조차 풀게 하지 않았고 결국 끝내기 안타를 맞고 말았다. 기아는 이날 공격에서도 4차례나 도루를 시도하다 어이없이 아웃되는 등 공격에서도 헛발질을 거듭했다. 만약 기아가 승리를 지켰다면 삼성이 정규리그 1위로 올라 설 수 있었지만 현대가 극적인 역전승으로 한국시리즈 직행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기아측은 "이날 경기는 절대 져주기 의도가 없었으며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현대와 기아가 '형제 그룹'이라는 배경과 김응용 감독과 유남호 감독대행의 개인감정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사이버 공간이 가열되고 있다. 국내프로야구는 지난 84년 삼성이 롯데에 져주기 추태를 부린 것을 비롯해 시즌막판 개인타이틀 밀어주기 의혹으로 종종 곤욕을 치렀다. 올시즌 정수근 폭행사건과 병역 비리 파문으로 치명상을 입은 프로야구가 또다시 무성의한 게임으로 팬들의 의혹을 불러 일으켜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