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가 빠른 속도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내수경기 버팀목이던 건설경기엔 '비상등'이 켜졌고 미미하게나마 온기(溫氣)가 감지됐던 소비지표도 다시 고꾸라졌다. 특히 현재 경기국면을 보여주는 동행지수가 5개월 연속 하락,국내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 국면의 초입단계로 들어섰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더블딥(반짝 회복 후 재침체)'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현실로 드러나는 양상이다. ◆경기침체 장기화 징후 통계청이 4일 발표한 '8월 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경기사이클상 국내 경제가 어느 국면인지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5개월 연속 하락하며 97.1로 가라앉았다. 이는 외환위기로 국내 경기가 급랭했던 지난 98년과 99년을 제외할 경우엔 지난 93년12월(96.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더욱 큰 문제는 내리막 경사가 갈수록 급해지고 있는 점.동행지수 순환변동치 감소폭은 4월 0.1포인트에서 5월엔 0.6포인트,6월과 7월엔 각각 0.8포인트 등으로 커지다 8월엔 1.0포인트로 확대됐다. 게다가 향후 경기를 재는 '선행지수'도 5개월 연속 하락했고,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날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계절적 요인을 감안할 경우 96.1로 지난 3월 이후 8개월 연속 떨어졌다. 국내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진입,'더블 딥'에 빠지거나 'L자형' 장기침체를 나타낼 우려가 높아진 셈이다. 이에 대해 정은보 재정경제부 경제분석과장은 "지금과 같은 경기상황이 어느 정도 지속될지는 불투명하지만 현재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더블딥이나 기조적인 경기침체라는 진단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실물지표는 잿빛 투성이 지난 6,7월 플러스로 돌아섰던 도·소매판매액지수는 8월에 다시 마이너스 1.5%로 주저앉았다. 소비자들의 체감경기와 맞닿아 있는 소매업은 16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백화점 매출도 지난 3월(-16.8%) 이후 5개월만에 두 자릿수 감소세(-13.0%)를 보였다. 지난 7월 13.0%를 기록했던 산업생산 증가율이 8월엔 10.6%로 둔화되면서 제조업 평균 공장가동률은 78.7%로 1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중 중소기업의 평균 가동률은 67.8%를 기록,4개월째 하락하는 동시에 19개월째 6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로 재건축과 재개발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위축된 영향으로 건설수주액이 5년5개월만에 최대폭으로 감소,내수가 회복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됐다. ◆올 5%대 성장,물건너가나 민간 전문가들은 "그동안 경제성장을 이끌어 오던 수출이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국제 유가마저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올해 5%대 성장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일본 소비회복의 배경과 시사점'이라는 자료를 통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불황이 장기화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가 경제회복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감세정책을 펴는 등 강도 높은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