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정책과죠?" "아니요,민원실인데요." 수석 경제부처인 재정경제부의 전화번호 변경 작업이 뒤죽박죽 진행돼 안팎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경부가 전화번호를 바꾸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벌써 석달이나 지났는 데도 재경부 전화는 여전히 '공사중'이다. 더구나 부처 전화번호를 예고한 날짜에 한꺼번에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각 과(課)별로 찔끔찔끔 작업하는 바람에 재경부 직원들조차 다른 과 사무실 전화번호를 몰라 혼란스러워할 지경이다. 재경부 담당자는 "한꺼번에 전화번호를 바꾸려면 며칠씩 전화를 끊어놓아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조금씩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9백여회선을 바꾸는 데 석달 이상 걸린다는 것은 민간기업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휴무기간을 이용해 전화번호를 한목에 바꾸고,바뀐 번호를 국민에게 알려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한 것일까. 심지어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보도자료에도 틀린 전화번호가 수두룩하다. 재경부가 전화번호를 바꾸게 된 동기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한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몇개의 번호를 공동으로 쓰다보니 걸려온 전화의 대부분을 하급 직원들이 받아야 한다는 불만이 제기돼 직원 한 사람마다 각자의 개인번호를 부여하는 작업을 진행하게 됐다는 것.결국 자기 업무에 방해가 되니 다른 직원을 찾는 전화는 받지 않겠다는 얘기다. 민원인 등 국민 입장에서는 공무원 목소리 듣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지게 됐다. 담당자가 자리라도 비우면 그 행방을 알아내는 데에도 몇 통의 전화를 더 돌려야 할 판이다. "민간기업들은 임직원 모두가 고객 만족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데 공무원들은 전화조차 받기 싫다니 앞으로 재경부에 전화 걸 때마다 심호흡이라도 한번씩 해야 할 것 같다." 한 민원인이 기자에게 늘어놓은 푸념이다. 안재석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