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KT '더티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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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정보통신부에서 20년 넘게 일해온 윤모씨를 지난 1일 대(對)정부 로비 담당 전문임원으로 영입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정보통신 관련 각종 사업의 인·허가 등 규제정책의 실무를 직접 담당했던 인물을 '로비스트'로 영입한 것은 일종의 '더티 플레이'(dirty play)라는 얘기다.
윤씨는 90년대 후반 정통부에서 통신업무과장과 통신기획과장을 지내며 KT와 관련된 각종 정책의 실무를 맡았다.
KT의 '상전'으로 군림했던 윤씨가 이제는 KT의 대정부 로비스트로 변신한 셈이다.
이에 대해 경쟁사의 한 관계자는 "아이러니라고 눈감아주기엔 너무나 위험한 영입"이라고 꼬집었다.
KT는 지난 8월 경기도 분당 본사에 있던 사업협력실(대정부 로비 담당 부서)을 정통부와 같은 건물을 쓰는 광화문지점 10층으로 옮겼다.
정통부 청사(11∼14층) 바로 아래층에 사장 집무실과 임원 공동집무실까지 마련하는 등 정통부에 대한 '전방위 로비 태세'도 갖췄다.
통신업계에서는 KT의 대정부 로비조직이 정통부와 같은 건물을 쓰는 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민영화된 지 2년이 지난 KT가 아직 정부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영기업의 때를 벗기 위해 전문임원제를 도입한다고 밝힌 KT가 공무원 출신의 힘을 빌려 비즈니스의 어려움을 해결해 보겠다는 발상은 일종의 '자기모순'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물론 KT의 윤씨 영입은 퇴직 후 일정기간 산하기관이나 대기업에 취업하지 못하게 한 공직자윤리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윤씨의 퇴직 당시 직급이 낮은데다 퇴직한 지 3년 이상 지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공직자윤리법의 취지를 감안한다면 KT의 윤씨 영입은 기업윤리 측면에서 분명 문제를 안고 있다.
정통부가 통신시장은 효율적인 경쟁체제를 갖춰야 한다며 각종 인·허가권과 규제 권한을 갖고 있는 한 업체간 로비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대외협력실·사업협력실·CR실 등 통신업체들의 로비 조직도 비대해지는 추세다.
그러나 '대정부 로비 경쟁'보다 '대고객 서비스 경쟁'에 주력하는 것이 통신업체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최명수 IT부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