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파리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파리 베르사유 국제전시관.현대 기아 쌍용 혼다 미쓰비시 등 한국과 일본업체들이 자리잡은 제3전시관에 GM대우도 한 부스를 차지했다. 이전과 달라진 것은 전시업체를 알리는 부스의 회사 로고가 두 개였다는 점.하나는 GM대우,또 다른 하나는 GM의 대중차 브랜드인 시보레(Chevrolet)였다. GM대우 부스에서 관람객의 주목을 끄는 역할을 한 차량은 컨셉트 SUV 'S3X'.부스 한 가운데 자리잡은 메인 차량도 마티즈의 후속모델 'M3X'였다. 모두 국내 공장에서 생산될 GM대우의 차세대 모델이다. 그러나 S3X의 전면에 부착된 회사 엠블렘은 GM대우의 마크가 아닌 십자가 문양의 시보레 것이었다. M3X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내 언론에 배포된 사진에는 대우마크가 붙었지만 실제 전시차량에는 시보레 엠블렘만 보였다. 이 곳을 찾은 관람객도 GM대우의 부스라기보다는 시보레 전시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GM대우는 이번 전시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국제 모터쇼에 자신의 얼굴을 내밀 수 없게 된다. 이는 유럽에서만 최근 3년간 23억달러의 적자를 내고 있는 GM이 시보레 브랜드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로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탄탄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GM대우를 '구원투수'로 기용,실지회복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릭 왜고너 GM 회장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GM대우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출범 2주년도 안된 GM대우가 해외에서 자신의 얼굴을 잃어버리는 현장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자동차는 그 나라의 움직이는 광고판이라고 하지 않는가. 최소한 파리모터쇼 전시장을 찾을 1백40만명이 대우 브랜드를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모터쇼 한 부스를 차지하고 있는 쌍용자동차도 조만간 상하이자동차(SAIC)로 이름을 바꿔달지나 않을까,씁쓸함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파리=이심기 산업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