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직원들과 그 동안 수많은 밤을 함께 새면서 기술개발에 매달렸습니다. 이제는 그 열정을 특허 심사에 쏟아붓겠습니다." 최근 중앙인사위원회가 실시한 특허청 5급 기술직 공무원 특별채용 시험에 합격한 정병홍 이엔씨테크놀로지 대표(39)는 벤처기업 CEO(최고경영자)에서 심사관으로 변신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99년 화재경보장치 개발회사인 이엔씨테크놀로지를 설립,관련 제품을 국산화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벤처업계로부터 주목받아온 정 대표는 오랜 꿈인 특허청 심사관 특채에 도전,19 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그는 11월부터 특허청에서 심사업무를 맡게 된다. 정 대표는 "오래 전부터 특허 심사관이 되고 싶었지만 회사 대표로서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며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든 만큼 이제는 꿈을 좇아도 된다고 생각해 이번 시험에 도전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창업 때부터 고락을 함께 해온 동료에게 조만간 대표자리를 넘겨줄 예정이다. 정 대표는 "회사 대표로 바쁘게 지내다보니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다"며 "특허 심사관으로 좀 더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8년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에 입사해 엔지니어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K1전차의 화재감지 관련 전자부품과 컴퓨터시스템 개발을 맡아 화재경보장치 기술을 쌓았다. 국방과학연구소와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의 연구원 생활을 거쳐 99년 이엔씨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2년여 동안 회사 직원들과 연구에 몰두한 끝에 공기를 흡입,화재로 인해 발생한 연기를 보다 신속히 탐지하는 화재경보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대우조선과 한국전력공사에 납품되고 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 엔지니어로서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을 일구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엔지니어 생활을 마감한 정 대표는 "기술을 개발한 사람을 보호하는 특허제도는 산업경쟁력을 키우는 중요한 발판"이라며 "특허 심사관으로서 정년을 맞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