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벤치에 놓인 음료를 마시고 5명의 노인들이 숨지거나 식중독 증세를 보인 사건과 관련, 경찰이 애초부터 이번 사건을 축소또는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9일 대구 달성공원 물개사육장 뒤편 벤치에 놓여있던음료 3병을 마시고 숨진 전모(63.노숙자)씨가 남긴 플라스틱 음료 병 3개 가운데 2개에는 외관상으로는 알아 볼 수 없는 미세한 바늘구멍 1개씩이 뚫려있었다. 특히 이 바늘구멍은 음료병 입구 바로 밑에 위치해 있는데다 음료병 위를 덮고있는 은박 호일에는 구멍이 없어 누군가가 주삿바늘을 이용, 유해성분을 주입한 뒤은박호일로 교묘하게 덮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이들 음료들은 5개들이 한 세트 중 비닐봉지 내에 3개만 들어 있어 마치누군가가 금방 마시고 남긴 것처럼 위장되어 있었다. 이에따라 경찰도 이번 사건이 누군가가 음료병에 유해성분을 주입한 뒤 치밀하게 위장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을 공개한 23일까지도 사건 해결에 주요 단서가 되는 주삿바늘 부분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했다. 경찰은 음료병에 주삿바늘 크기의 구멍이 있었다는 연합뉴스의 보도가 있은 뒤에야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언론에 보도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은 또 전씨가 마신 음료에 대해 간이검사를 실시한 결과 독극물은 검출되지않았고 전씨의 시신을 1차로 검안한 결과 `음식물 흡인에 의한 기도질식사'라는 판정이 나오자 이같은 사실만 언론에 공개했다. 이와함께 경찰은 전씨의 사체를 부검, 위 내용물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 성분분석을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다시말해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분석 결과, 독극물을 포함한 유해성분이검출되지 않을 경우 음료병에 난 바늘구멍을 은폐, 이번 사건을 한 노숙자가 남들이먹다 남기고 간 음료를 급히 마시다 질식사 한 단순 변사 사건으로 축소하려 했다는의혹을 사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du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