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벤치에 놓인 음료를 마신 노인들이 숨지거나 식중독 등의 증세를 보인 사건이 3건이나 잇따라 발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3일 대구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5시44분께 대구시 중구 달성공원물개사육장 뒤편 벤치에서 노숙자 전모(63)씨가 모 회사제품 음료 3병(65㎖ 용량)을마시고 복통과 구토 증세를 호소하며 쓰러진 것을 주변 사람들이 발견, 119구급대가대구의료원으로 옮겨 응급치료 중 2시간만에 숨졌다. 경찰은 전씨의 사인이 뚜렷하지 않고 벤치에 놓여진 음료를 마시고 복통과 구토.설사증세를 보인 뒤 급사한 점에 주목, 사인규명을 위해 20일 경북대 병원에서 부검을 실시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 사인으로 인정할만한 특별한 외상이 없는 등 여전히 사인이불명확하자 전씨의 혈액과 위장 내용물, 문제의 음료를 담았던 플라스틱제 용기를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사인과 성분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숨진 전씨가 벤치에 놓인 음료를 마셨다는 목격자들의 증언과 음료를 담았던 용기 3개 중 2개에 바늘구멍이 뚫려 있었던 점 등을 중시, 누군가 유해성분을주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전씨의 사인 규명을 위해 탐문 수사를 벌이던 중 지난 5일과 9일에도 60-70대 노인 4명이 달성공원에서 벤치에 놓인 같은 종류의 음료를 마신 뒤 잇따라 복통과 실신 등 식중독과 장염 증세를 일으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 2건을 추가로 확인했다. 경찰은 피해자 5명이 마신 음료가 같은 종류(65㎖용량)이고 벤치위에 놓여 있었던 점, 특히 5개들이 한 세트중 비닐봉지 내에 2-3개만 들어 있어 누가 금방 마시고남은 것처럼 위장한 점으로 미뤄 누군가가 계획적으로 저지른 사건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공원에서 발생한 연이은 사건들이 불특정인을 겨냥한 무차별적 위해행위일 수도 있다고 보고 수사본부를 편성, 전면 수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일련의 사건 정황으로 볼 때 불특정인들을 노린 범행의 개연성이 높지만 1차 간이검사 결과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아 독극물 사용 여부 등 아직까지확인된 것은 없다"며 "다만 시민 안전을 위해 다중운집장소에 놓여진 음료를 절대 마시지 말 것"을 당부했다. 경찰은 노숙자 또는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한 사회 불만자, 음료 회사에 대한불만 등 다각도로 수사를 펴고있다. (대구=연합뉴스) 이강일.한무선 기자 leeki@yna.co.kr ms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