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부터 지방대를 중심으로 "학생미충원" 문제가 불거졌지만 실제 사정은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했다. 대학 운영의 손익분기점으로 추정되는 학생 80%(편제정원 기준)를 뽑지 못한 대학이 전국의 4년제 대학교 1백80곳 가운데 48곳에 달했다. 평균 4곳중 1곳이상인 셈이다. 학생이 80%에도 못미치면 등록금 수입이 줄어 적자가 불가피하고 이런 상황이 3년이상 지속될 경우 "부도"가 날 수도 있다. 특히 교육인적자원부가 강력한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2009년까지 전체 대학(전문대 포함)의 30%인 1백여개를 통·폐합시킬 계획이어서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이들 대학은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4곳 중 1곳이 위기=이사장이 비리혐의로 구속된 동해대의 경우 4천3백2명이 편제정원이지만,1∼4학년을 합해 1천1백57명만이 다니고 있다. 영산원불교대는 2백명 중 58명,서남대는 8천7백28명 중 3천7명,한려대는 2천5백60명 중 1천9명만이 등록,충원율이 40%에도 못 미쳤다. 또 가야대,수원가톨릭대,광주여대,호원대,한일장신대,광주가톨릭대,영동대 등도 50% 미만의 학생만이 다니고 있었다. 학생을 1백% 이상 채우고 있는 대학은 58개였다. 이 중 서울대가 충원율이 1백26.86%로 가장 높았고,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가 그 뒤를 이었다. 미충원은 고졸자 수는 줄고 대학 수는 크게 늘면서 나타난 현상.올해도 2004학년도 4년제 대학 모집인원은 41만1천여명이었으나 실제 등록한 인원은 36만3천여명에 그쳤다. 이에 따라 미충원율은 2003학년도 11%에서 11.7%로 높아졌다. ◆구조조정 불가피=학생을 편제정원의 80%도 못 뽑으면 대부분의 대학은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없다. 이상도 사학진흥재단 경영지원부장은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이 90%를 넘는 상황에서 등록금 수입이 20% 이상 감소할 경우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이럴 경우 교육기자재 확충은커녕 교수 월급마저 줄여야하는 위기에 처한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이상 학생을 50%도 못 뽑는 대학도 있다"며 "이런 대학은 조만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대학정보 공시제'가 도입돼 이 같은 충원율이 낱낱이 공개되면 학생 등 소비자 선택에 의한 구조조정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교육부도 충원율을 주요 판단지표로 삼아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올 6월 발표한 1조4천2백억원 규모의 '지방대혁신역량강화사업(누리사업)'에서도 올해 신입생 충원율의 60%에 미달한 대학은 신청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대학 지원은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학생을 뽑지 못하는 대학은 지원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