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방문 첫날인 19일 조국수호자 기념비에 헌화하고 숙소인 인터콘티넨털 호텔로 교민들을 초청,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카자흐스탄에는 현재 고려인 10만여명과 교민 2천여명 등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동포간담회에서 "1864년부터 러시아에 이주하기 시작해 1937년 다시 이곳으로 이주해 뿌리내리며 사는 동안 겪었던 많은 고초에 대해 우리 국민들 대부분이 너무나 가슴아프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천마총 말 안장의 새 문양도 스키타이(문명)와 똑같아 그 뿌리를 카자흐스탄에 두고 있다"며 "그런 인연으로 여러분이 이곳에 오셨고 또 성공하는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양국 문화의 `뿌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은 그간 해외동포들을 위해 별 기여를 하지못한데 대해 늘 빚진 마음을 갖고 있다"며 "오늘 여러분이 대한민국 국민이 무엇을하기를 원하는지 말씀하시면 제가 가서 전하고 제가 대신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제 국경이 크게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됐고 전세계가 하나로 통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면서 "여러분이 이곳에서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고 열심히 사시고 또 한국과 활발하게 교류하는데 다리를 놓고 하는 것이 한국과 카자흐스탄 모두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오늘 국회의원 선거를 하는데 고려인이 네분 출마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설사 당선되지 않더라도 고려인들이 그만한 활동을 하신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국민들은 무지무지하게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최유리 고려인협회 회장은 환영사에서 "한인사회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카자흐스탄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며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간담회후 브리핑에서 "상당히 감격적인 자리였다"면서 "간담회는 당초 예정보다 30분 정도 길어져 모두 2시간 가량 진행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 97년말 알마아타에서 아스타나로 수도를 이전한 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지시로 2000년10월 완공된 문화센터를 방문, 카자흐스탄 최초의 헌법, 독립문서, 전통 유목 이동가옥인 유르따 등 전시물을 관람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우리나라의 민속박물관격인 이 문화센터에서 기원전 4세기 매장됐다 거의 원형대로 발굴된 스키타이 문명의 진수인 황금갑옷 `골드맨'에 대해 이브라기모프 관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한국에서 발굴되는 유물에도 스키타이 영향이 있다고 한다"며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구리거울 뒷면과 왕관에도 스키타이 문양이 있고 천마총에 있는 것도 스키타이 문양"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2차 세계대전때 전사한 카자흐스탄인의 희생에 애도를 표하고카자흐스탄내 모든 민족들의 단합과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대독일 승전 기념일에 맞춰 건립한 `조국수호자 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만 58세 생일인 이날 카자흐스탄으로 오는 특별기 안에서 수행원 등으로부터 축하 화환을 전달받고 기내를 돌며 악수로 답례했다. (아스타나=연합뉴스) 조복래 고형규기자 cbr@yna.co.kr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