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중국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78)의 사임이 임박했다. 지난주 측근의 입을 통해 사임설이 처음 흘러나온 데 이어 홍콩과 서방 언론에 다시 한번 보도되면서 그의 은퇴는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국가주석직을 사임한 후에도 상당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해온 장 주석이 완전 퇴진한다는 것은 향후 중국의 외교가 유연한 실리주의로,경제는 긴축으로 방향을 굳힐 것임을 시사한다. ◆사임설 계속되는 이유=장 주석은 2002년부터 후진타오에게 공산당 총서기 및 국가주석직을 넘겨준 이래 현 지도부와 사사건건 대립했다. 경제면에서는 개혁개방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후 주석의 긴축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적이 있으며,군사면에서는 강경한 태도가 현 지도부의 실리주의와 부딪쳤다. 그런데도 군사 주석직을 포기하지 못한 이유는 은퇴 후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던 것으로 관측돼왔다. 그러나 18일 장 주석이 사임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장 주석이 은퇴해도 권력이 보장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9명 중 우방궈 전인대상무위원장과 쩡칭훙 국가부주석을 포함,5명이 장 주석이 임명한 그의 최측근이다. 또 고령에 따른 건강악화도 그가 은퇴를 결심한 배경으로 알려졌다. ◆외교는 실리로,경제는 긴축으로=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장 주석이 은퇴하면 외교면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가 이끌어온 유연한 실리주의가 득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장 주석은 공개적으로 대만을 무력 진압해 독립 의도를 포기시켜야 한다고 말해온 대표적인 강경파다. 또 장 주석이 긴축정책에 반대해 왔다는 이유에서 향후 현 지도부의 경제 긴축이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면에서는 후 주석의 권력이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장 주석은 은퇴하는 조건으로 쩡 부주석을 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임명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 지도부가 이를 받아줄지는 불확실한 상태다. 장 주석이 군사위 주석직에서 물러날 경우 이 자리는 현재 군사위 부주석을 겸임하고 있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맡게 되며,이 경우 후 주석은 중국의 3대 최고 요직을 모두 장악할 수 있다. ◆상하이방 어떻게 되나=상하이방의 미래도 관심이다. 상하이방은 이곳 출신이거나 관직을 거친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로 마오쩌둥-덩샤오핑-장쩌민 전 국가주석들을 통해 정치 경제 권력을 장악해왔다. 마오쩌둥은 베이징의 기존 정치 세력을 숙청하기 위해 문화혁명 때 상하이 출신들을 대거 등용했고,덩샤오핑은 중국의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이곳을 개혁개방 창구로 이용하고 상하이시장 출신인 장쩌민과 주룽지 전 총리를 기용했다.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는 소위 이 상하이방에 속하지 않는 첫 지도부다. 중국 전문가들은 장 주석이 최고 권력층에 쩡 부주석 등 심복들을 심어놓고 떠나기는 하지만,상하이방의 세력은 앞으로 약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