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모호텔 룸싸롱에서 "새끼마담"으로 5년째 일하고 있는 S씨(29.여)는 최근 한 30대 초반의 남자로부터 깍듯한 인사와 함께 명함을 받았다. 그가 건넨 명함에는 모 상호신용금고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1시간동안이나 침이 마르도록 "개인재테크강의"를 해준 다음 "전액 무담보"임을 강조하며 1천만원짜리 소액 신용대출을 간곡히 권했다. S씨는 무담보대출이라는 말이 믿기지않아 거절했지만 금고직원은 새벽1씨 퇴근시간에 다시 찾아와 대출권유를 했다. S씨는 "보증인 두명을 세워야 하는 부담 때문에 망설여진다"면서도 "추석을 앞두고 급전이 필요한 터여서 결국 대출을 받아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이 장기불황으로 신규고객이 좀체 늘지않자 유흥업소 여성들을 상대로 대출시장 개척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어 밤업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여종업원이나 경력마담 등을 상대로 한 이른바 '마이낑' 영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마이낑이란 유흥업소 여종업원이 업소를 옮길 경우 선불 계약금 형태로 주던 대출금에서 유래된 유흥업계 은어. 그 동안 사채업자나 업소 사장들의 독무대였던 마이낑 거래에 저축은행이 진출한 까닭은 무엇일까.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탁고가 30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저금리 속에서도 자금이 저축은행으로 몰려들고 있는데 반해 불경기로 돈을 쓰려는 사람은 드물다보니 룸살롱 아가씨를 상대로 신규 대출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억대를 호가했던 야간업소 '마이낑'이 장기 불황으로 백만원 단위로까지 급락하면서 유흥가의 소액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저축은행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졌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몇몇 저축은행들이 유흥업소 전담 대출 모집인까지 두고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마이낑 대출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모 저축은행은 상반기 중 3백억원 정도를 대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은행들이 신용이 탄탄하지 않은 유흥업소 여성들에게 무담보 대출을 해주면서 복수보증을 요구할 경우 대부분 직장동료들을 동원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연쇄신용불안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 또 유흥업소 아가씨들에게 나가는 대출금은 이자가 법정한도를 훨씬 초과하는 사례가 많아 불법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