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중소기업들은 우울하다. 최악의 경영난에 자금난까지 겹쳐 종업원을 챙겨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빤히 아는 종업원들 역시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귀성버스와 두툼한 특별상여금,푸짐한 선물보따리가 사라지고,대신 초라한 선물세트만이 종업원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잔뜩 움츠린 중소기업=직원들에게 상여금은 커녕 떡값도 못주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최용식 신생정밀 사장(공구조합 이사장)은 "경기가 외환위기때보다 더 나쁘다"며 "기본급의 1백%가량 주던 특별보너스를 올해는 최소한의 성의표시로 대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PP직물포대 생산업체인 진양은 특별상여금은 커녕 정기상여금(1백%)을 줄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최근 자재값이 30∼40% 급등한데다 납품대금마저 제대로 회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거래처도 어려운 처지라 추석때까지 상여금재원을 마련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가을 혼수철을 앞두고 연중 가장 바쁜 시기를 맞은 가구업체들 가운데는 추석연휴를 하루 늘려 30일까지 쉬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한 가구업체 사장은 "예년같으면 성수기인 점을 감안해 연휴를 단축해 공장을 돌렸겠지만 올해는 시장상황이 좋지 못해 하루 더쉬기로 했다"고 전했다. 상여금을 줄 처지가 못되는 중소기업들은 1만원 안팎의 저가형 선물세트를 종업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근처에 있는 신세계 이마트 구로점 관계자는 "1만원 안팎의 저가형 선물세트가 전체 선물용품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귀성버스는 추억속으로=공단 근로자들을 태우고 고향으로 향하던 귀성버스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불황에 버스 대절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대신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철도청과 제휴를 맺고 단체로 확보한 귀성열차 티켓을 나눠주고 있다. 산업단지 경인지역본부는 인천지역(남동 부평 주안) 근로자들을 위해 2천장의 열차표를 확보,지난주부터 배포에 들어갔다. 남동공단 소재업체인 디에이피의 박명호 과장은 "귀성버스가 급격히 줄고 있어 명절 분위기마저 느끼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는 '귀한 손님'=지난 수년동안 제조업체에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각종 행사가 명절 새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남동공단에 위치한 미래테크윈은 추석을 앞둔 23일 회사 식당에서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한 조촐한 파티를 열 계획이다. 이때 1만∼2만원대 선물세트를 줄 예정이다. 홈시어터 스피커의 알루미늄 외장재를 생산하는 이 업체는 전체 직원 1백75명 중 외국인 근로자가 80명에 달한다. 내국인 직원들은 명절을 가족과 보내지만 태국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외국인들은 쓸쓸하기 이를데 없기 때문이다. 반월공단 근처에 있는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는 26일과 27일 안산역 부근에서 외국인 대상 추석맞이행사를 열어 외국인 근로자들의 향수를 달래주기로 했다. 송태형·문혜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