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하면 안 된다 ‥ 권순한 <한국수입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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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순한 한국수입업협회 회장 shk@soyee.co.kr >
우리는 오래 전부터 '하면 된다'는 불굴의 도전정신과 신념으로 부존자원이 없는 여건에서도 오늘날 세계 12위의 경제규모로 성장해 왔다.
오로지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열심히 뛰어서 이룩해 낸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무에서 유를 일구어낸 이 '하면 된다'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 깊이 자리잡고 있어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는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면 된다'에 묻혀 '하면 안 된다'를 잊고 사는 것 같다.
어느 음식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어린아이가 계산대에 있는 사탕을 주섬주섬 자기 호주머니에 담아넣자 이를 지켜보던 나이 지긋한 주인이 한마디 했다.
"이 사탕은 너 외에 다른 분들도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하나씩만 먹는 거란다." 그러자,옆에 있던 아이의 엄마가 버럭 화를 내면서 "왜 애 기를 죽이세요,그까짓 사탕이 얼마나 한다고…"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주인은 아차 실수했구나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오늘의 우리 사회가 너무 개인주의화된 건 아닌지.살다보면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하고 자기 절제도 필요하다.
요즘은 '하면 안 된다'교육이 사라진 듯하다.
이미 우리사회는 핵가족화되었고,자녀도 하나 둘만 두면서 가정환경을 통하여 예를 배우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시대의 부모들은 어떤가.
일부이긴 하지만 인성보다는 명문대 합격에 초점이 맞추어진 8학군병,고액과외병으로 우리 아이들을 어려서부터 밤 늦게까지 내몰고 또 명문대에 들어가기만 하면 모든 것들이 정당화되는 게 현실이다.
성경에서는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하여 인간의 도리를 어려서부터 가르침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불자의 기본예의를 명시한 사미율의(沙彌律儀)에는 "남의 허물을 말하면 안 된다. 옳지 못한 것을 해서는 안 된다. 제 자랑하여 공치사하면 안 된다. 혼자만 편안하려고 하면 안 된다" 등 하면 안 되는 사항들이 열거되어 있다.
이제는 우리가 '하면 안 된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도로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행동,교차로가 막혀있는 데도 진입하고 보는 습관,공공시설에서 막무가내로 뛰어노는 어린아이들….모두들 하면 안 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정보화 사회에 윤리가 살아 숨 쉬도록 도덕적으로 재무장하지 않으면 결국은 우리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해지도록 윤리와 도덕을 기초로 한 교육을 이제부터라도 지혜롭게 계획하고 실천해 나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