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영 투르크(Young Turks;젊은 개혁자)가 주도하는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강력한 행정 및 조세개혁이 이뤄지면서 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 러시아에 대한 투자의 적기입니다.


한국인들은 아직도 러시아 하면 '춥고 못하는 나라','마피아가 득세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이런 선입견을 버리는게 중요합니다."


모스크바 국제관계 및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인 윤성학(41) 박사는 러시아 비즈니스에 성공하려면 부정적인 선입견과 편견에서 먼저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윤 박사는 고려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한 뒤 연세대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러시아 석유산업의 구조조정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우경제연구소 유럽-CIS 지역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10여년간 매년 9개월 가량은 러시아에 머물러온 러시아통인 윤 박사의 '러시아 비즈니스 5계명'을 소개한다.


① 부정적 선입견을 버려라


가장 큰 선입견은 마피아 문제다.


그러나 러시아 마피아 만큼 과장된 것도 없다.


실제 한국기업가들 중에선 러시아 마피아가 건드릴 만큼 규모가 되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마피아들은 외국인들의 일반 수출입 비즈니스엔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범죄율과 살인사건 등 강력범죄도 모스크바가 뉴욕보다 적다는게 통계적으로도 나와 있다.


관세와 세무가 투명하지 못해 비즈니스가 어렵다는 것도 선입견에 가깝다.


러시아에선 경우의 수가 많아 빠져나갈 수 있는 요령이 얼마든지 있다.


인맥을 쌓고 다양한 경험들을 축적해 간다면 거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② '관시(關係) 망' 찾아라


중국 비즈니스 용어 가운데 관시라는 말이 있다.


유력자들과 폭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면 풀지 못할 비즈니스가 없다는 의미다.


러시아에서도 비즈니스에 문제가 생기면 법과 제도 보다는 개인적인 친분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법과 제도 위에 인간관계가 있을 만큼 개인적 친분이 중요하다.


러시아에서 '체레스 즈나콤느이(아는 사람을 통해서)'라는 말은 개인적인 인맥을 자랑하는 뜻으로 사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업 초기부터 파트너를 잘 잡아야 하고 중앙 당국자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관계자,경찰,은행관계자 등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야 비즈니스가 수월해진다.


③ 경찰과 부딪치지 말라


외국인들은 마피아보다는 경찰과 소방서 등 관청을 더 무서워한다.


러시아에 사는 외국인치고 경찰에게 돈을 뜯겨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러시아는 경찰과 세무서를 움직이면 경쟁 상대로 하여금 사업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도 있는 곳이다.


위생검사부 소방서 경찰 국가기술감독 등의 관청들은 감사와 행정처분이라는 방식을 통해 사소한 위반사항을 빌미로 작은 점포하나 쯤은 쉽게 문을 닫게 할 수 있다.


외출할땐 여권 비자 거주등록증을 확실히 챙겨야 한다.


서류를 두고 나와 문제가 생기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경찰과 협상하는 것이 좋다.


신분이 확실하다면 보통 10달러 이내로 타협을 볼 수도 있다.


④ 마피아보다 무서운 세무서


러시아에서는 똑같은 소득신고세를 여러 세무 상담소에 의뢰해 보면 세금의 차이가 무척 크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하고 자의적인 세무환경이 세무서 권력의 원천이 된다.


세법과 기타 법률 사이의 충돌,그리고 다양한 예외조항 때문에 세무서의 재량권은 한국보다 훨씬 크다.


특별한 근거도 없이 일정액의 뇌물만 주면 세무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유혹하는 세무원도 있지만 이런 유혹에 넘어가선 안된다.


정확하게 세무문제를 정리하고 그 바탕위에서 절세를 모색하는 것이 러시아에서 장기적으로 사업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러시아 세법은 복잡하고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에게 상의해야 한다.


⑤ 거래관행부터 익혀라


러시아인들은 미국을 상대로 핵무기 협상을 수십년 동안 주도해온 민족이다.


러시아인들과 거래하면서 두 번 이상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았다면 러시아인은 상대방이 아직 여유가 있다고 오판하기도 한다.


'러시아인들과 협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북극곰일 것이다.


북극곰은 인내의 화신이다.


러시아인들은 상대방이 진이 빠질 때까지 협상을 하면서 이해를 관철시키는데 달인이다.


대형 프로젝트 협상에선 커미션이나 사례비를 요구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국영기업과의 계약에서 최종 서명권자에 대한 현금 커미션은 관례로 자리잡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