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회사원 한모씨(38).그는 다른 개인 투자자들과 달리 시황이나 종목 선정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특정 종목을 좇는 대신 적립식펀드에 투자하고 있어서다. 그가 하는 일이라곤 매달 15만원씩을 증권사 펀드계좌로 자동이체 하는게 전부다. 하지만 한씨의 투자 성적은 웬만한 개인 투자자를 능가한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10년간 10% 정도 하락했지만 그는 64%의 투자수익(평가익)을 올렸다. 정기적금의 2배가 넘는 고수익이다. 한씨는 "주가가 떨어졌는데도 수익이 발생한게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샐러리맨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적립식펀드가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적은 금액으로 부담없이 투자를 시작할 수 있는 데다 은행의 정기적금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실제 랜드마크투신운용에 따르면 샐러리맨이 매달 50만원씩을 투자,1억원을 만드는데 걸리는 기간은 적립식펀드의 경우 10년 정도다. 반면 은행 정기적금(연 평균 4% 가정)은 12년10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적립식펀드에 가입하면 3년 가까이 단축할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실전투자 사례에서도 그대로 입증된다. 지난 94년 6월 첫 선을 보인 적립식펀드의 원조인 개인연금주식형펀드의 경우 연평균 수익률이 최소 5%,최대 11%(9월13일 기준)에 이른다. 펀드별로 수익률에 다소 차이가 나긴 하지만 정기적금 금리보다는 훨씬 높다. 박미경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지점장은 "저금리 시대 목돈 마련에는 적립식투자만한 대안을 찾기 힘들다"고 자신했다. 물론 적립식펀드도 수익상품인 만큼 손실이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장기투자를 하면 이같은 위험부담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10년간 연 평균 10%에 가까운 수익을 낸 한국투자신탁의 '개인연금주식1'이 대표적이다. 최근 6개월 누적수익률은 마이너스 1.50%.하지만 지난 1년간은 4.27%,3년간은 47.35%,10년간은 1백3.99%로 투자기간이 길수록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있다. 간접투자의 천국인 미국에선 이런 장점 덕분에 적립식펀드가 샐러리맨들의 노후대비 수단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대표적 퇴직연금인 기업연금(401K) 등이 모두 적립식으로 운영되고 있는게 단적인 예다. 게다가 적립식펀드는 국내 증시처럼 변동성이 심한 곳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돈영 굿모닝신한증권 마케팅팀 차장은 "종합주가지수가 1,000에서 500선으로 급락하더라도 매달 일정금액을 투자하면 평균 750선에서 주식을 매입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향후 증시가 반등국면에 진입하면 시세차익을 낼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이같은 메리트가 부각되며 적립식펀드 붐이 일고 있다. 현재 삼성 현대 LG투자 대우 대신 등 국내 주요 증권사는 물론 은행까지도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특히 연금저축펀드는 1년에 최고 2백4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설정금액만 1조1천억원을 넘어서는 등 샐러리맨들에게 인기가 높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