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마련한 비정규직 개선안은 파견근로 확대를 통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및 일자리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기불황과 기업의 투자부진 등 현재의 경제상황에 비춰볼 때 기업의 탄력적 인력운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파견근로 허용업종 확대 등을 통해 기업의 숨통을 터준 것이다. 당정은 파견근로 대상을 전업종으로 확대하고 허용기간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기간제근로자를 3년 이상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의무화해 고용안정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번 법안이 기업들의 비정규직 사용을 촉진시켜 노동시장이 왜곡되고 비정규직의 처우가 오히려 악화될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수호 민주노총위원장과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은 9일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을 만나 당정의 비정규직 개선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더 거친 후 비정규직 관련법안을 확정할 것을 촉구했다. ◆비정규직대책 방향=파견근로자 업종 확대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에 포함된 사안.당정은 건설,선원,산업안전 등 특수업무 일부 업종만 빼고 파견직을 전면 허용하는 네거티브 리스트방식을 도입키로 했다. 현재는 26개 직종만 허용되는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이다. 파견기간도 현재 2년에서 3년으로,기간제근로는 1년에서 3년으로 각각 규정함으로써 비정규직근로자의 고용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노동시장이 크게 유연화돼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노동시장유연화에 초점을 맞춘 것도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경색돼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일본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선 근로자파견업에 대한 규제를 완전히 풀어 전면 허용하고 있다. 최근 스위스국제경영개발원(IMD)도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60개국 중 44위로 하위권에 올려놓았다. 정부로서도 이처럼 경색된 우리의 노동시장을 더이상 방치할수 없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3년 이상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한 것은 기업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에는 기간제근로 기간은 1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사실상 아무 때나 해고 또는 채용을 할수 있었다. 또 불법 또는 편법파견행위로 적발될 경우 파견 및 사용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해 비정규직 사용 남발을 방지토록 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양 노총 위원장이 이날 열린우리당을 항의방문함에 따라 10일 열릴 예정이던 비정규대책 관련 당정회의는 일단 다음주로 연기됐다. 노동계는 비정규직개선안 반대성명을 내고 당정안을 폐지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파견업체가 수수료를 중간에 가로채기 때문에 파견제는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파견업체가 1천여개나 난립하며 서로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어 보완대책이 없으면 파견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은 현재보다도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 LG 등 대형 카드회사들이 수천명의 텔레마케터를 쓰면서 공개입찰로 파견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입찰과정에서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파견근로자의 임금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호근 노사정위 전문위원은 "파견업종을 확대하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겠지만 현재 영세 파견업체가 1천여개나 난립돼 있어 제도적 보완장치가 없으면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법안 내용은 입법과정에서 다소 바뀔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파견업종 확대는 세계적 추세여서 노동계도 어느 정도 수정안이 제시되면 끝까지 반대를 고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학 교수는 "노동계의 반대가 강력할 경우 파견업 허용기간을 3년에서 2년6개월로 앞당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