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8일 발표한 '2005년 기업활동'은 한국이 창업여건과 고용환경에서 경쟁국들보다 훨씬 열악한 상태에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창업을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가 너무 많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투자자보호 등 금융시장 여건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창업여건 한국에서 창업까지 거쳐야 하는 인허가 절차는 12단계로 지난해보다는 한 단계 짧아졌지만 여전히 조사대상 1백45개국 중 하위권을 맴돌았다. 아프리카나 중남미 국가들 정도만 우리보다 절차가 많았다. 중국과는 같은 수준이지만 독일(9) 홍콩(5) 일본(11) 싱가포르(7) 미국(5) 등보다는 단계가 많았다. 가장 절차가 간편한 나라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로 2단계에 불과했다. 한국에서 창업까지 걸리는 시간(22일)은 지난해(36일)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호주(2일) 미국(5일) 홍콩(11일) 등에 비해 여전히 오래 걸리는 편이다. 창업비용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17.7%로 OECD 국가(8%)의 두배 이상이었다. 창업을 위해 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돈은 1인당 국민총소득의 3백32%로 OECD 평균(44.1%)의 8배에 달했다. ◆노동시장 한국의 해고비용은 90주로 1백45개국 중 28번째로 높았다. 해고비용이 90주란 해고에 따른 사전통지기간,퇴직금(20년차 근로자 기준) 등을 총비용으로 합산했을 때 평균 90주에 해당하는 임금을 해고근로자들에게 지급한다는 의미다. 일본은 21주,홍콩은 13주,싱가포르는 4주에 해당하는 비용만 들었다. 한국의 노동시장 규제강도지수는 34로 지난해(53)에 비해 많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강도지수는 채용,해고,근로시간에 대한 정부규제의 엄격성 등을 종합 평균해 산출한 것으로 지수가 낮을수록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약하다는 의미다. 한국은 독일(50) 등 유럽이나 대만(50)보다는 규제가 약하지만 중국(30) 일본(24) 미국(3) 등보다는 엄격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규제강도가 0이다. ◆폐업절차 한국의 폐업절차는 창업이나 고용여건과 달리 비교적 손쉽고 비용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폐업을 하려면 평균 1년5개월이 걸렸다. 일본(5개월) 싱가포르(8개월) 홍콩(1년1개월)보다는 길었지만 OECD 국가들의 평균(1년7개월)이나 중국(2년4개월)보다는 짧았다. 폐업에 드는 비용은 자산가치의 4%로 OECD 평균 6.8%보다 적었다. ◆금융환경 기업에 대한 투자자보호나 대출여건 등의 금융환경은 한국이 비교적 잘 갖춰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투자자들을 위한 투자정보 공개지수는 OECD 국가들의 평균인 5.6보다 높은 6을 기록,투자자들에 대한 정보제공이 상세하고 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정보 공개지수가 높은 나라는 캐나다 영국 미국(이상 7) 등이었다. 이 보고서는 특히 한국이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 설치,사외이사 임명 등의 의무화,내부 감사시스템 구축에 있어서 가장 진전을 이룬 나라 중 하나로 평가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