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고비용 구조를 확 뜯어고치지 않으면 울산은 물론 한국경제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게 될 것입니다." 울산의 경제계 인사들은 저마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된 대형 사업장의 노사분규와 고임금 구조,지역기업체를 밖으로 내쫓는 반기업적 정서,R&D(연구개발) 인프라 부족 등 어느것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 없이 부정적 요소들로만 꽉차 있는 게 울산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조선과 자동차 석유화학 등 울산의 주력산업체 70여개사도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시장 진출에 급페달을 밟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경우 중국을 세계적 거점지역으로 본격 육성키로 한 현대차를 따라 경쟁적으로 중국이전을 서두르고 있어 자칫하면 울산에 심각한 산업공동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최대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지 40년 되는 울산의 영광을 송두리째 중국에 빼앗기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아가고 있다. 이미 울산의 기업들은 10개 중 4개 업체가 '사업하기 힘들어 떠나야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사단법인 울산포럼이 지난 6월 10인이상 제조업체 5백여곳(63곳 응답)을 대상으로 울산의 기업여건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의 37%가 '공장을 울산 밖으로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과반수인 54.6%는 '3년 내''5년 내 이전' 예정 기업도 86.4%로 각각 나타나 울산기업의 탈울산이 현실화되고 있다. 응답기업들이 울산을 떠나고 싶은 이유는 '공장부지가 너무 비싸다'는 응답이 42.2%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신시장 개척의 어려움(18.1%),고임금(18.1%),비효율적 행정(12%),잦은 노사분규(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전 희망지역으로는 인근의 경주(26.7%)를 가장 많이 선호하고 있다. 이는 울산의 경쟁력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여기다 종합대학은 단 하나 뿐이다. 고교 졸업자 1만6천여명 중 30%만이 지역 대학에 진학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다른 지역으로 유학을 가야 할 처지다. 1백7만 인구의 절반정도가 근로자와 그 가족들인데도 이렇다할 산재병원이나 대학병원 하나 없는 것도 바로 울산이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분야에서 국내 최대 산업메카로서의 입지를 자부하고 있는 울산이 안고 있는 문제는 이처럼 한두가지가 아니다. 자칫하면 고비용 저효율의 덫에 걸려 잿빛 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우려다. 서근태 울산발전연구원장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러울게 없는 첨단 전략산업의 인프라가 지방경제와 접목되려면 디지털 신성장엔진 육성이 급선무"라며 "굴뚝산업을 대체,울산에 제2의 산업혁명을 불러일으킬 신산업 육성전략이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