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책현안을 놓고 파열음을 내던 집권여당과 청와대가 국가보안법 문제에선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있다. 최근까지도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을 놓고 개정론과 폐지론으로 나뉘어 치열한 내부 논쟁을 펼쳤으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 5일 TV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보법 폐기론을 강하게 제기한 것을 계기로 급속히 `폐지후 보완론'으로 당론을 모아가고 있다. 정동영(鄭東泳) 통일장관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다음날 국보법 폐지에 찬성입장을 밝혔고, 국보법 존치론을 펴온 법무부는 "별다른 의견이 없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우리당 지도부가 `폐지후 보완'쪽으로 가닥을 잡고 대국민 여론수렴 및 설득 작업에 주력키로 방침을 정하자 안영근(安泳根) 의원 등 여당내 일부 개정론자들도 "개정론의 취지를 반영하도록 노력하되 당론이 결정되면 따르겠다"고 입장을 누그러뜨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기소권 부여등을 놓고 감정까지 드러내며 삐걱거리던 여권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의아스러울 정도로 달라진 것이다. 한나라당은 정부와 여당간 균열을 유도한다는 구상이지만, 현재까지 큰 틈새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여권내부의 변화는 우선 이해찬(李海瓚) 총리와 이부영(李富榮) 의장이 주도하는 당.정.청 일체감 형성 노력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총리와 이 의장은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전화 통화 등 빈번한 접촉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총리가 정부 각 부처의 분위기를 잡아가고 이 의장은 설득을 통해 소속 의원들간 이견을 조정해가는 자연스러운 역할분담도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이 의장은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 날인 지난 6일 국보법 개정론을 주장해온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설득전을 폈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이 국보법 폐기론을 강한 톤으로 천명하고 나선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데다 이번 정기국회가 각종 개혁입법을 관철시킬 다시 없을 기회라는 절박감도 개정론자들을 자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 이 의장은 7일 기자들과 만나 "국보법 개정론과 폐지론은 내용상 별 차이가 없고 접근 방식의 차이"라며 "대통령의 생각을 존중하되 우리는 우리대로 여론을 모아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대통령의 한 마디에 여당이 `거수기 정당'으로 전락했다"는 한나라당의 비난에 대해선 "논란이 있는지 없는지는 두고 보라"며 앞으로도 당내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임을 강조한뒤, "노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을 위해 출국하기 전에회동을 갖기 위해 일정을 조정중"이라고 밝혔다. 고위 당.정.청 관계와는 별도로 실무 차원의 정책조율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당 한명숙(韓明淑) 상임중앙위원이 주도하는 국정과제추진협의회는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청와대 실무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가졌고, 수일내에 구체적인 법안을 놓고 본격적인 토론을 벌이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