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M&A(인수ㆍ합병) 관련 법령 개정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아일랜드계 펀드 소버린에 의해 SK그룹이 통째로 흔들렸던데 이어 최근 대한해운이 경영권을 위협받는 등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적대적 M&A에 직면하고 있고,이에 따라 기업들이 필요 이상의 출혈을 감수해서라도 경영권 방어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임을 생각하면 잘하는 일이다. 지금 적대적 M&A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의 상장기업 평균지분율은 43%를 웃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국민은행 등 국내 대표기업들의 경우도 절반 이상의 주식을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들이 힘만 합치면 언제든 적대적 M&A를 시도할 수 있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기업들이 온통 경영권 방어에만 신경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신규 투자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서는 일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기업가정신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만큼 국가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은 자명하다. 앞으로의 관심은 M&A 관련 규정을 어느 정도의 폭으로 개선할 것인가에 있다. 정부는 현행 경영권 방어규정 중 국제적 기준에 미달하는 것부터 손을 보겠다고 방향을 정한 듯하다. 예컨대 공개매수 기간중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신주발행 허용 검토 등이 그런 경우다. 그런게 있다면 마땅히 반영돼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할지는 의문이다. 새로운 경영권 방어조치도 필요하겠지만 출자총액제한제도라든지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제도 등 국내기업에 대한 각종 차별적 규제가 당장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부터 서둘러 시정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우리는 경영권 보호만이 능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경영권 보호만을 생각해 제도를 급속히 손질하면 외국인들의 투자의욕을 꺾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경영권 보호가 경영권 안주로 이어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구조조정 시장활력 등 M&A가 갖는 긍정적인 측면은 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속수무책이라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 너무도 뻔하다. 균형을 잡아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산업의 성격에 따라서,예컨대 국가 기간산업과 일반산업을 구분해 접근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차제에 이 모든 점을 감안해 개선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