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金均燮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10년만의 폭염이 닥쳤던 지난 여름은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키 위해 분주했다. 아울러 국제 유가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로 인해 에너지절약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깊이 인식하게 된 기간이기도 했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사상 최초로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선 이번 고유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가운데 고유가에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가진 우리 경제에 '제3차 오일 쇼크'의 우려마저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번 여름의 무더위와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은 에너지 중요성에 무감각한,이른바 '에너지 불감증' 현상이 팽배했던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져준 계기가 됐다.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중·장기적 에너지 정책 마련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으며, 범국민적 에너지 절약 실천을 기저로 고효율기기 보급확대,해외자원과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을 통해 우리 사회를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이에 발맞춰 자발적으로 에너지절약 실천에 나서는 국민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는 이러한 국민들의 에너지절약 노력을 돕기 위해 여름철 3개월 간의 전기사용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절감한 가정에 대해 현금 2만원을 돌려주는 '에너지 절약가정 캐쉬백' 행사를 실시했다. 당초 선착순 5만세대를 목표로 시작된 이번 행사는 접수결과 7만2천가구라는 높은 참여를 기록하며 실로 성공적으로 국민의 에너지 절약에 대한 관심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또 시민단체와 연계한 전국적인 에너지 절약 캠페인과 에너지낭비실태조사를 함께 추진함으로써 우리 생활속의 에너지낭비현장을 찾아내고 에너지절약에 동참을 호소했다. 이 결과 10년만에 찾아온 무더위에도 불구,올해 최대전력부하는 당초 예상치인 5천2백96만kW보다 낮은 5천1백26만kW를 기록했다. 이것은 1백만kW급 대형 발전소2기의 발전량에 가까운 전기를 절약한 것으로,국민의 성숙한 에너지절약 문화가 냉방부하 감소로 귀결된 것이라 하겠다.이렇듯 올 여름의 성공적인 전력관리는 캐쉬백의 높은 참여율과 함께 에너지 절약문화 정착에 대한 긍정적인 청사진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제 이렇게 한층 성숙된 에너지 절약 문화를 바탕으로 우리의 에너지소비구조를 저소비형으로 전환시켜 나가야 할 때다. 특히 우리나라 에너지사용량의 55.5%를 사용하고 있는 산업부문의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과 고효율기기 보급은 국가 에너지절약사업의 성공을 위해 무엇보다도 핵심적인 요소이다. 때문에 정부에선 산업체에 대한 집중적인 에너지관리진단을 실시해 절약 요인을 파악하는 한편 자발적협약(VA),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에너지절약기술정보협력사업(ESP)등 에너지절약 투자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지원제도를 마련해 기업의 에너지절약 설비투자를 돕고 있다. 생활속에서 보다 원천적인 에너지절약이 가능하도록 주요 가전제품에 대한 효율관리를 통해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의 생산과 사용을 장려하고 있으며 건축물에 대해서도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와 같이 에너지 효율등급을 부여하는 '건물에너지효율인증제도'를 실시해 주택 구입시 소비자들이 에너지효율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절약 프로그램은 온 국민과 기업의 적극적 호응 없이는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게 사실이다.산업체의 에너지절약 설비투자,가정과 사무실에서의 고효율기기 사용과 대기전력 차단 등 적극적인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좋은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도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의 경기불황에 고유가라는 직격탄은 잠시 느슨해진 우리의 에너지절약 의식을 다시 한번 다잡는 계기가 됐다. 현재 추진중인 에너지절약 프로그램이 국민과 기업의 에너지절약 노력과 결합된다면 '고유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국가'라는 오명을 벗는 것도 먼 훗날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번 여름의 절전노력과 캐쉬백 행사에서 보여주었던 우리 국민의 에너지절약에 대한 높은 열의를 발판으로 삼아 이번 고유가를 성숙한 에너지절약 문화가 정착하는 계기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