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규제철폐가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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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輝昌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ㆍ국제경영학 >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기업의 투자 위축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낮추거나 정부지출을 늘리는 등 일시적인 재정정책보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인 투쟁적 노동행위,반기업 정서,불필요한 정부규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2004년 8월9일자 다산칼럼 참조) 이 중에서 불필요한 정부규제를 없애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어서 본란에서는 이 문제를 좀더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후진국일수록 규제가 심하다.예를 들어 기업을 설립하는데 콜롬비아에선 19단계의 절차가 필요한 반면 호주에선 2단계면 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유급휴가를 주도록 의무화하는 나라는 에티오피아이고, 고용계약을 가장 까다롭게 만든 나라는 파나마이며, 해고를 가장 어렵게 규제하는 나라는 앙골라이다.
모두 후진국들이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규제 옹호론자들이 많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정부가 규제를 하지 않으면 '시장의 실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가 발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시장의 실패가 더 심각하므로 정부규제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잘못된 것이다.
첫째,규제 옹호론자들은 시장의 실패를 너무 과장하고 경쟁의 역할을 과소평가한다.
시장경제에서 나타나는 시장의 실패는 경쟁의 메커니즘만 확보되면 대부분 스스로 치료된다.
대기업의 출자총액제한 철폐 여부와 관련, 규제 옹호론자들은 아직 제도를 완화하거나 폐지할 정도로 기업의 지배구조와 투명성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과거 대기업의 횡포를 우려했을 때는 경쟁관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었고 현재는 대기업간의 경쟁,나아가 우리의 대기업과 외국의 대기업간 경쟁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적절한 지배구조는 기업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만약 기업이 잘못한다면 시장이 알아서 그에 상응한 결과를 알려 줄 것이다.
둘째,시장에서의 경쟁체제가 이러한 일을 못하는 경우에도 행정부의 규제로서가 아니라 법원의 판결로 해결해야 한다.
기업의 투명성이 문제가 되면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간섭할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기업이 분식회계 등 불법을 자행했다면 법적으로 처리하면 된다.
물론 여기서 법적인 절차의 효율성이 문제가 된다.
이 경우에도 역시 후진국일수록 문제가 많다.
단순한 분쟁을 해결하는 데 과테말라 법정에서는 4년 이상이 걸리고, 기업을 청산하는데 인도에서는 1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복잡한 절차와 더불어 이와 관련된 시간도 대폭 줄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규제옹호론자들은 규제의 주체인 정부는 항상 선(善)하다고 가정한다.그러나 의도는 선할지 모르나 결과는 그렇지 않게 될 경우가 많다. 정부의 규제가 심할수록 기업은 공식절차를 밟기보다는 비공식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공식절차는 많은 수고와 시간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절차가 복잡할수록 이를 확실히 만족시키기는 어렵고 관련 공무원의 재량권이 증대하니 기업은 공식절차를 밟기보다는 차라리 뇌물이라도 주어서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는 경우가 있게 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인천시장에 배달된 익명의 2억원 뇌물사건도 인천시 또는 시장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결과적으로는 아직도 관련 분야에서 불필요한 규제나 투명하지 않은 절차가 있다는 증거다.
규제가 좋지 않은 것인지는 알지만 자신의 역할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스스로 규제를 안 풀고 더 나아가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내는 공무원이 있다면 매우 잘못된 것이다.
불필요한 규제는 관련 공무원에게 자리 보장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뇌물공여의 대상이 돼 결국은 패가망신시킬 수 있다.
공무원 스스로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해서 국가경쟁력은 물론 자신의 안전보장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기업투자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세금을 낮추거나 지출을 늘리면 정부재정이 압박을 받는다. 그러나 규제철폐는 돈도 안 들고 효과는 훨씬 크다.
불필요한 규제철폐로 정부는 실제로 많은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이것을 더욱 생산적인 면에 쓸 수 있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