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된 가축이다. 긴 세월동안 길들여지면서 뇌의 크기는 조상인 이리보다 20∼30% 줄고 주둥이는 짧아지고 꼬리는 들리거나 말리고 귀는 커졌다고 한다. 함께 지낸 시간이 길어서인가. 개는 어떤 동물보다도 사람의 말과 행동,기분을 더 빨리 알아채고 상황에 맞게 대처한다. 개가 주인을 돕거나 구했다는 얘기도 수없이 많다. 심지어 영화 '캣츠&독스'에선 인간세상을 뒤엎겠다고 나선 고양이에 맞서 인류를 구하기에 이른다. 실제 개의 역할은 갈수록 늘어난다. 사냥 구조 수색 추적 경계는 물론 애완견 내지 반려견 노릇을 하는가 하면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의 활동도 거든다. 근래엔 또 마약과 폭발물 탐지가 중요한 임무로 등장했다. 마약 탐지견은 1969년 호주에서 처음 등장한 뒤 70년 미국,79년 일본 등 각국 세관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국내에선 관세청이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87년 미국에서 폭발물 탐지견을 기증받아 김포공항에 배치했다 90년 마약탐지견으로 전환했다. 탐지견은 독점욕이 강하고 대담한 성격에 대인친화력과 복종심이 강한 셰퍼드와 리트리버 비글 등이 쓰인다. 진돗개는 충성심이 강해 주인을 바꾸려 하지 않아 탐지견으로 이용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경찰청에서 그동안 써온 셰퍼드나 리트리버 같은 탐지견이 위압감과 공포감을 준다는 지적에 따라 작고 귀여운 코카스페니얼과 비글을 투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비글은 스누피의 주인공이자 박세리의 애완견으로 유명해진 품종.2001년 말 인천국제공항에 도입돼 몰래 들여온 냉장·냉동육 등을 찾아냈는데 경찰탐지견으로도 활약하게 됐다는 것이다. 국내 취재진이 이라크에서 미군 탐지견 때문에 봉변을 당한데서 보듯 개의 기능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가. 강아지를 대체할 슈퍼생쥐가 개발됐다고도 한다. 마약과 폭발물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지 않는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열감지 센서로 살아있는 모든 것을 찾아내는 거미로봇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거미로봇이나 생쥐보다는 강아지가 나을진 모르지만 탐지견 노릇을 하다 마약중독에 걸려 죽은 강아지도 있다는 마당이고 보면 그 또한 끔찍하고 서글프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