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회계규정 위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 당국에 이어 세무당국까지 국민은행 압박에 가세, 김정태국민은행장의 제재 여부를 둘러싼 이번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세청이 31일 국민카드 합병 세무회계와 관련한 국민은행과의 사전협의 사실을공식 부인함에 따라 국세청의 답변서를 방패로 내세웠던 국민은행으로서는 자신들의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근거 중 하나를 잃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 행장이 매월 첫 영업일에 실시하는 월례조회를 다음달 1일 실시할 예정이어서 그의 발언내용이 주목되고 있다.

◆국세청, 금감원 지원 사격

국세청은 김 행장이 지난 30일 회계처리 이전에 국세청,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으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금융감독원의 제재방침에 대해 억울함을호소한지 하루만에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사전협의 사실을 부인했다.

국세청은 개인 명의의 질의를 받고 원론적인 답변을 한 적이 있지만 국민은행과국민카드가 특정된 질의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국민은행 사례에 직접 적용할 수는없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또 기업회계와 세무회계는 다르기 때문에 기업의 회계기준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세무당국의 세법해석을 인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국민은행과 국민카드의 합병 관련한 대손충당금 설정이 세법상 정당한 것인는 합병내용과 충당금 설정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세법에 따라 판단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의 손을 들어주기 보다는 오히려 추가적인 세무조사까지 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시사, 국민은행의 회계처리가 적법하지 않았다는 금감원의 주장에 무게를실어준 것이다.

◆국민銀 "질의자 명의보다 질의 내용이 중요"

국민은행은 이에 대해 중요한 것은 질의자 명의가 아니라 질의 내용이라며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질의자 명의를 개인으로 한 것은 관례에 따른 것이고 1,2차 질의서에 상장법인인 은행, 상장법인인 카드사, 금융업을 영위하는 내국법인 등 법인과 관련된 문의임을 밝혔고 질의내용에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넣어 금융사간 합병에 따른대손충당금 설정에 대한 것임을 분명하게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특히 2차 질의서는 금융감독원과 논의해서 보낸 만큼 국세청이 질의자 명의를 국민은행으로 적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국민은행과 국민카드 합병에 직접 적용할 수 없다고 밝힌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銀 최대주주 ING 불개입 시사

금융감독과 세무당국의 국민은행 동시 압박이 시작된 가운데 국민은행의 외국계주주를 대표해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ING그룹도 개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국민은행의 최대주주(3.78%)이자 전략적 파트너인 ING그룹의 미셸 틸망 회장은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은행과는 옛 주택은행 시절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도 "현재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틸망 회장은 같은날 오후 KB생명의 지분 49% 인수를 위한 국민은행과의 합작투자 계약 조인식을 끝내고 나오면서도 "할말이 없다"고 언급을 자제했고 윤증현 금감위원장과의 면담에서도 국민은행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피해자가 없는 절세목적의 회계처리에 대한 제재방침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지만 미국 등 금융선진국에서 금융회사들이 금융감독 당국의 방침에 적극 협조한다는 점을 감안하다면 ING가국민은행의 편을 들어주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행장 내달 1일 월례조회 주목

한편 김 행장은 자신의 제재 여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다음달1일 월례조회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민은행은 매달 정례적으로 하는 월례조회일 뿐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지만 자신에 대한 제재 등으로 소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직원들에게 최고경영자로서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유의주.이상원기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