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어렵게 재개됐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가 또다시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대형 국책사업이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휘둘리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다 사업계획이 전면적으로 뒤집히는 사태를 맞게 되지나 않을지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정부가 그동안 거부해오던 천성산 고속철 터널 공사의 환경영향 공동 재조사를 받아들인 것은 정책 신뢰도를 스스로 크게 떨어뜨리는 행위에 다름아니다.

애초의 환경영향 평가와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밀조사에 문제가 없다면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단지 환경단체의 반발과 지율 스님의 단식이라는 이유 때문에 공사를 중단한다면 공기 지연과 공사비 증대,그로 인한 국민 부담 증가만을 초래할 뿐이다.

물론 환경단체의 주장에도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최대의 습지이자 도롱뇽을 포함해 30여종 이상의 법적 보호 동식물 서식지인 천성산의 환경이 최대한 보호돼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국가 전체의 이익을 좌우하는 대형 국책사업을 중단시켜야만 할 정도의 사안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10년 전과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환경평가가 실시되면서 이미 큰 문제가 없다고 결론난 사안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천성산 터널공사를 중단하는 것은 다른 국책사업과의 형평성을 생각해 보더라도 사리에 맞지 않다.

예를 들어 행정수도 이전의 경우 전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고속철도사업은 일부 단체 때문에 또다시 공사를 중단한다면 어떻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더구나 앞으로 제2,제3의 천성산 사태를 유발할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도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중요한 국책사업마다 이런 식으로 제동이 걸린다면 국가경제에 얼마나 큰 부작용을 가져올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공사를 재개해야 마땅하다.

일부 시민단체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해 대형 국책사업에 차질을 빚는 일이 되풀이돼선 결코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오는 9월15일 만료되는 방사능폐기물 처리장 유치신청과 관련해서도 환경단체 등의 눈치를 살피느라 신청하는 지자체장이 전혀 없을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판이다.

정부는 합법적 절차를 거친 국책사업은 확고한 소신과 원칙을 갖고 밀고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