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의 교실 그리고 경제학]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똑똑한 아이들, 도전 앞엔 뒷걸음
필자는 자타공인 심각한 몸치다. 학창 시절 멀리 던지기를 하면 코앞에 툭 떨어졌다. 친구들의 비웃음과 선생님의 답답해하는 눈빛을 견뎌야 했다. 급기야 선생님마저 넌 그냥 다른 거 하라고 포기하셨을 때, 나는 안도감과 동시에 ‘나는 운동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운동에 대한 도전을 내 삶에서 지워 버렸다.
작년 초, 생존을 위해 성인 발레를 시작했다. 뻣뻣하기 그지없는 몸으로 발레 스튜디오에 들어섰을 때의 그 막막함이란.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발레 선생님은 완벽한 동작을 요구하지 않았다. 수십 번의 실패 끝에 손끝 하나라도 나아지면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외쳤다. “맞아요! 지금 그 느낌이에요!” 무조건적인 칭찬이 아닌, 나아졌을 때 성장에 대한 적절한 칭찬. 적절한 칭찬은 ‘작은 성공’의 기쁨을 알게 해줬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안도감, 어제보다 1㎜ 나아졌다는 성취감이 쌓여 기적이 일어났다. 포기 대신 즐기기 시작했다. 몸치가 2년째 발레를 취미로 삼고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실패 장려금의 결과물이 아닐까.
교육, 실패를 축하하는 곳이어야
우리 교육도 이제 아이들에게 ‘실패할 권리’를 돌려줘야 한다. 구글이 황당해 보이는 아이디어에 투자하듯, 교실 역시 아이들이 엉뚱한 질문을 던지고,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풀이 과정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실패의 과정’을 응원해 줘야 한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평가하고, 실패에서 배운 걸 평가하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 아이들은 비로소 어려운 문제에 도전할 용기를 얻는다. 도전 속에서 뜻밖의 혁신과 성공이 싹트는 법이다.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가 쌓여 작은 성공이 되고, 작은 성공이 모여 우리 아이들을 더 단단하고 창의적인 어른으로 키워낼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 아이가 가져온 ‘틀린 문제지’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꾸지람이 아니라, 도전의 흔적과 성장의 가능성이다.김나영 서울 양정중 교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