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국 < LG전자 사장 heegooklee@lge.com >

현재로선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를 급속 냉동시켜 보관하다가 2030년 이후에 다시 녹여서 치료를 한다.'한때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여겨지던 이런 일이 이제는 '가능한 일'로 다가오고 있다.

날로 발전하는 나노과학기술 때문이다.

나노기술은 극히 미세한 크기를 다루는 분야다.

이 기술로 저장장치를 만들면 지구상의 모든 책의 내용을 책상 한 개도 안되는 크기에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조원 이상의 국가예산을 투입해서 이 분야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예산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의 국가들도 앞다퉈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각국에서 나노기술 연구를 서두르는 것은 이 분야가 앞으로 국가경쟁력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국제 심포지엄에서 오사카대학 카와이 교수는 '나노기술에는 3세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1세대는 이미 실용화된 기술로 자동차,휴대폰 등의 성능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활용되고 있다.

화장품과 바이오 칩,나아가 골프채의 탄력성을 높이는 데도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전제품의 탈취,공기청정,소독 등의 기능을 높이는 데 나노기술을 응용하고 있고 디스플레이 제품의 화질 향상을 위해 나노 코팅과 나노 분말을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제2세대는 5∼6년 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이는데 다양한 환경에서 인간과 기계의 인터페이스를 담당할 각종 센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의료용 센서가 포함된 반도체,지능형 자동차에 이용될 다양한 종류의 센서들,그리고 인공뼈에 이르기까지 응용분야가 더욱 다양해진다.

계속 축소되는 반도체 회로 제작에도 나노기술을 쓰게 된다.

제3세대는 20년 후에나 본격적으로 실용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지금의 기술은 기초과학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제3세대가 되면 다양한 물질의 분자 하나하나를 직접 변화시켜서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힘든 새로운 기능을 창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시대가 오면 나노기술과 바이오기술이 본격적으로 결합해서 불치병 치료와 생명 연장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도 금년에 2천3백억원을 나노기술 연구에 투입하고 있다.

이 분야에 더 많은 인재들이 모여서 장차 우리나라의 미래를 환히 밝히는 큰 성과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