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아테네 올림픽을 보면 스포츠가 선수들만의 경쟁이 아닌 국가간 대결임을 실감하게 된다.

금메달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20세기 세계경제를 주무른 미국과 13억 인구로 21세기 세계경제를 주도할 중국의 한판 대결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경기 회복세를 타고 있는 경제대국 일본이 3위로 선전중인 것도 눈길을 끈다.

10년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자존심이 구겨졌던 일본인들은 아테네 올림픽에서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밤잠을 설쳐가면서 선수들의 경기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일본의 '국가주의'가 부활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일본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수와 경제상황은 묘하게 일치하고 있다.

버블이 꺼지고 불황기에 접어든 92년 바르셀로나와 96년 애틀랜타에서 일본은 금메달 3개로 가장 나쁜 실적을 냈다.

2000년 시드니에서 5개로 늘어난 뒤 아테네에선 25일 현재 금메달 15개,은메달 8개,동메달 9개로 총메달수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선수들이 목표 이상의 좋은 성적을 내자 일본언론은 전문가를 동원,연일 실적호전 배경을 분석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이테크 과학기술,기업들의 경제적 지원,경기단체의 개혁 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2백70억엔을 들여 2001년 도쿄에 문을 연 국립스포츠과학센터(JIS)의 경우 최첨단 하이테크 트레이닝 시설과 의료시설을 갖춰,선수들에게 과학적인 체력 측정과 연습 공간을 제공했다.

또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각 경기협회에 균등 배분해온 자금지원을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한다.

도요타 등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도 우수 선수를 조기 발굴,무명선수들이 빛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경제력을 감안하면 한국선수들의 활약은 칭찬받을 만하다.

일본을 이겨야 한다는 경쟁의식이 선수들을 강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일본은 인구에서 한국의 3배,국내총생산(GDP)에서 10배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이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국선수들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