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9.11 테러 용의자들을 단죄하기 위해 개설한 군사법정이 24일 9.11 테러의 주모자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의 운전수를 상대로 재판전 청문회를 열었다.

살림 아메드 함단(Salim Ahmed Hamdan.34)이라는 이름의 이 예멘인은 이날 얼굴에 웃음을 머금은 채 죄수복 대신 흰 가운과 재킷을 입고 어깨에 긴 숄을 걸친 채법정에 나타났다.

사크르 알 자다위(Saqr al Jaddawi)라고도 알려진 함단에게 씌워진 죄목은 라덴의 운전수였을 뿐만 아니라 테러캠프에서 훈련을 받았고 무기를 전달하는 등 테러를저질렀거가 테러행위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와 정보당국은 함단이 1996년 2월부터 2001년 11월24일까지 라덴의 운전수 겸 경호원으로 일했다고 주장하면서 그를 '적 전투원'이라고 분류해 놓고 있다.

함단의 변호사들은 그가 1996년 또는 1997년 타지키스탄으로 순례를 떠나는 도중에 라덴의 농장에서 일자리를 구했을 뿐이며 라덴의 활동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고 라덴의 대미 공격 행위에 전혀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단지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라덴의 운전수로 일한 그를 '적 전투원'이라고 분류한 것 자체가 부당한 처리라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그의 출신지인 예멘의 정보 관계자들은 그가 라덴 캠프에 합류하기전에 라덴의 2인자로 알려진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총책으로 있던 이집트 무장세력인 '이슬람 지하드'의 예멘 지부에서 일했다고 밝혔다.

이슬람 지하드는 1998년 라덴의 조직으로 알려진 알-카에다와 합병했다고 미국정보당국은 주장해왔다.

관타나모 미 군사법정은 이번 주 함단을 포함한 4명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실시할 예정이며 이들은 모두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판전 청문회 결과에 따라 정식 재판 여부가 결정되며 이 때까지는 몇 달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관타나모 AP=연합뉴스)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