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임시국회가 개회돼 공정거래법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기금관리법 등의 심의를 본격화하면서 경제부처들에 비상이 걸렸다.

전체 의원의 3분의2 가량이 초선으로 구성된 17대 국회들어 법안 심의가 깐깐해지면서 예전 국회때보다 "발품"이 훨씬 많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입법 과정 하나하나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17대 의원들과의 상견례격으로 열렸던 지난달 임시국회 때 정부는 "달라진 입법환경"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경기활성화 등과 관련된 15개 경제관련 법안을 제출했지만 조세제한특례법 개정안 하나만 겨우 통과됐던 것.

때문에 경제부처들은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간부 총동원령을 내려 국회의원들에 대한 맨투맨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사모펀드 활성화를 겨냥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을 내놓은 재정경제부,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과 계좌추적권 연장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한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한 달 전부터 주요 간부들이 여의도에 진을 치다시피 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재경부의 한 핵심 국장은 요즘 하루 걸러 과천이 아닌 여의도로 출근,국회 재정경제위 소속 여야 의원들을 찾아 다니며 '협조'를 부탁하는 걸로 일과를 보내고 있다.

기획예산처의 한 1급 간부는 지난 1주일 동안 13명의 국회의원을 연쇄 접촉하기도 했다.

이들 사이에서는 "17대 국회 들어 완전히 로비스트로 전락한 것 같다"는 볼멘소리도 나올 정도다.

그러나 일각에선 경제부처들이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법안들을 만들어 놓고,신속히 처리를 해주지 않는다며 국회에만 화살을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하는 기금관리기본법이나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은 하나하나가 여야뿐 아니라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리는 법안들인 만큼 신중하면서도 철저한 국회 심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입법기능이 강화된 국회의 '당연한 변화'에 정부가 적응을 못하는 게 오히려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재경위 소속의 한 의원은 "그동안 경제부처들이 다수 여당의 힘을 빌리거나 '안면 장사'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경제 법안들을 얼렁뚱땅 처리해왔던 게 잘못된 관행 아니냐"며 "국회가 비로소 제 역할을 하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면 이는 타성에 젖은 정부 관료들의 금단현상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