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배당금과 자본이득에 대한 대대적인 감세 등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도 월가에 친화적인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과 월가의 관계가 순탄했다고만은 할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이 월가를 `경원'하고 있음은 재무장관을 비롯한 내각 고위직에 월가 출신을 찾아볼수 없다는 점에서 잘 드러나 있다.

뉴욕 타임스는 그러나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식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카리스마적 인사가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이번에는 월가 인사를 재무장관으로 발탁할 가능성이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과 월가의 `애증' 관계를 분석한 이 기사에서 현직인 존 스노 재무장관의 자리가 위태롭다는 조짐은 없지만 제조업체 경영자 출신인 그가 월가에서는 그리 두드러진 존재가 아니라는 것. 특히 집권2기에는 내각의 면모를 일신하는 경우가 흔하다면서 제조업체 차기 재무장관 물망에 오르내리는 월가 인사들을 소개했다.

타임스에 따르면 월가 출신으로 부시 대통령의 2기 내각에 재무장관으로 발탁될가능성이 있는 인사로는 우선 올해 그의 대선 자금 모금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헨리폴슨 2세 골드만 삭스 최고경영자(CEO)와 스탠리 오닐 메릴 린치 CEO가 꼽히고 있다.

그러나 폴슨은 골드만 삭스 경영에 여념이 없고 오닐은 메릴 린치를 맡은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월가에서 지명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 단점이다.

또 지난 6월 퇴임한 크레디 스위스의 존 매크 전(前) CEO도 후보감이다.
앞서두차례의 부시 행정부 재무장관 발탁에 큰 입김을 행사한 딕 체니 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매크의 재무장관 발탁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본인은 이에 관해 언급을 삼가고 있다.

행정부 안에서는 스티븐 프리드먼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차기 재무장관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월가 인사다.
프리드먼 위원장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정부에서 봉직했던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과 함께 90년대 초 골드만 삭스를 이끌었던 월가 경영자 출신이다.

월가의 신뢰를 한몸에 받으면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했던 루빈 전 장관 역시 장관으로 발탁되기 전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월가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쳐 왔고 부모 양쪽 집안 모두에 금융가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지만 그와 월가는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라면서 그 배경을 분석했다.

타임스는 우선 텍사스 석유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부시 대통령이 이곳과는 사뭇다른 월가의 문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을 월가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이유로들었다.

석유업계가 간명하고 또렷또렷한 경영방식을 추구하고 보수적인 색채를 지니고있는데 비해 월가는 공격적이고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풍토여서 서로 `궁합'이 잘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부시 대통령은 스스로도 청장년 시절 투기성이 강한 석유발굴 사업에 몸담고 있었으면서도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정보기술(IT) 주식 붐을 "허공의 파이를 좇는 허망한 투자"라고 지칭, 노골적으로 경멸을 나타냈다.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당연히 부시 대통령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부시 대통령 역시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의 유례없는 주식호황과 자신의 임기중 급락한 주가를비교하는 것이 싫어 월가를 더욱 멀리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됐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