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거품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유가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배럴당 50달러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수급상황을 감안할때 원유시장이 이상과열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원유시장에 얹혀진 소위 '공포 프리미엄'이 사라질 경우 유가가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유가가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원유시장 이상과열됐다"=원유시장에 거품이 심하다고 주장하는 측은 현재 수급상황만으로는 유가가 급등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수요와 공급은 어느 정도 균형(하루 8천1백50만배럴 정도)을 이루고 있지만 테러공포,러시아 정유회사 유코스 사태,이라크 정정불안 등 수급외 프리미엄이 높아지면서 유가가 터무니없이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이런 불안요인이 사라질 경우 국제유가가 수급에 맞춰 급락할수 있다고 전망한다.

원유시장 거품론을 본격 제기한 곳은 미국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다.

베어스턴스의 석유 애널리스트 프레데릭 루퍼는 지난 18일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원유수요가 매우 강하지만 이미 공급이 수요를 능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펜하이머의 애널리스트 파델 게이트는 "루머와 투기가 원유시장을 접수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온라인경제뉴스인 CNN머니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1990년대 후반 기술주와 같이 유가에도 거품이 잔뜩 끼여 있다"고 진단하고 거품요인들의 전개상황에 따라 국제유가가 크게 출렁거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단기적 상승압력은 여전할듯=원유시장의 거품론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부에서는 유가의 배럴당 50달러시대를 기정사실화하고 6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AG에드워즈의 애널리스트 브루스 라니는 "프리미엄이 제거되면 유가가 30달러대 중반으로 하락할수 있지만 지금은 완벽한 세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로버트바이드코의 애널리스트 조지 가스피는 "석유업체들이 지난 20여년동안 생산설비 투자를 거의 늘리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수요가 증가할 경우 유가가 50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주장했다.

유가의 지속상승을 주장하는 전문가들 역시 현재 유가에 '공포 프리미엄'이 끼여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현재 여건에선 프리미엄 요인들이 쉽게 제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유가 급등행진에도 불구,장기적으로는 유가수준이 현재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 편이다.

독일의 주요 민간경제연구소 가운데 하나인 경제연구소(IfW)는 국제유가가 연말에는 배럴당 32달러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고,블룸버그는 전문가 설문을 통해 내년 평균유가가 30달러선(올 추정치는 36달러)으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푸르노모 유스기안토로 OPEC 의장은 20일 "다음달 회의에서 유가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특단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히고 "OPEC 비회원국에도 증산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구체적 조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