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율방어를 위해 대거 발행한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종전 외평채)와 통화안정증권 등으로 인해 관련 기금의 누적적자와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8일 국회예산정책처와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발행으로 보유한 외환의 원화 환산액은 작년말 총 33조원이며, 환차손과 내외금리차로 인한 누적 평가손실은 2조9천7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평가손실은 지난 2001년 말까지 누적액이 6천8백억원에 그쳤으나 2002년 2조4천5백억원으로 불어난 뒤 작년 말엔 3조원에 육박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원ㆍ달러 환율을 떠받치기 위해 국채 발행을 통해 조성한 자금으로 달러를 사들였지만 조달금리(국채 발행이자)가 운용금리(투자대상 해외채권 이자)보다 높아 결국 적자 부담으로 돌아온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환시장안정용 기금의 결산서상 적자는 실현된 손실이 아니라 장부상의 평가손이어서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올들어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가 이미 10조원 발행(한도 20조원)돼 전체 발행잔액이 43조원으로 늘면서 금리차로 인한 손실도 커지고 있다.

또 작년 말보다 환율이 내려 생기는 환차손까지 감안하면 기금 적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부산물 격인 통안증권도 올들어 사상 최대 규모의 순발행(발행액-상환액)을 기록, 통안증권 이자부담도 최대치에 달할 전망이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박영선 의원(열린우리당)은 이날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해 지난 6월 말 현재 통안증권 발행잔액이 1백25조4천1백86억원으로 상반기에만 사상 최대인 19조9천2백19억원이 순발행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한 이자부담도 상반기에만 2조7천6백13억원에 달해 역시 최대였으며 올해 통안증권 이자부담만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로 유입된 달러를 사들이느라 원화를 풀고, 과도하게 풀린 원화를 다시 빨아들이기 위해 통안증권 발행을 늘리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박 의원측은 "통안증권 발행이 급증한 것은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많이 했다는 증거"라며 "환율방어가 수출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고 물가관리와 내수부양이 시급한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정책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