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올림픽 무대를 떠나야 하는 건가요?"

14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한국 펜싱 대표팀 최고참 이상엽(32.부산시청)이4번째 참가한 올림픽에서도 결국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다.

이상엽은 17일(한국시간) 헬리니코펜싱홀에서 열린 남자 에페 개인전 16강에서세계 4위 파브리스 자네(프랑스)를 넘어보려 했지만 종주국의 벽은 높기만 했다.

이상엽은 시종 몰리는 격전을 치른 직후 얼굴이 땀으로 뒤범벅된 채 "안되는 걸어쩌겠느냐"고 한숨을 내쉰 뒤 후배들을 볼 면목이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약관의 나이에 첫 출전한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단체 8강에 오른 이후 12년 간이나 계속돼온 올림픽 무대 도전이었지만 그에게 올림픽은 모질게도 인연이 없었다.

이상엽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에페 단체 준결승에서 40-35로 앞선 상황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검이 고장난 사실조차 모르고 경기하다 역전패한 뒤 '비운의 검투사'라는 꼬리표도 따라붙었다.

태극 검객 중 그래도 체격과 테크닉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국제무대 경험도 쌓을 만큼 쌓았지만 큰 무대에서 맞닥뜨리는 벽은 더욱 높아만 보였다.

이상엽은 올림픽 전초전으로 치른 지난 6월 쿠바 아바나월드컵에서 프랑스 대표제롬 자네를 꺾고 우승해 올림픽 메달 전망을 밝혔었다.

이상엽은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는데..."라며 말 꼬리를 흐렸다.

이일희 남자 에페 코치도 "참 어렵다는 것 밖에 내뱉을 말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4년 전 시드니에서 현 대표팀 코치 김영호(33.대전도시개발공사)의 금메달 신화이후 펜싱은 종합대회마다 효자종목 역할을 해냈고 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막내이신미(한체대)가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 낭보를 전하기도 했다.

나흘동안 목이 터져라 파이팅을 외치고 전날 플뢰레 개인전 때는 국제펜싱연맹(IFJ)에 편파판정이라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던 펜싱협회 회장단과 각 팀 코치들은펜싱 강국 프랑스, 이탈리아 선수들의 환호를 뒤로 한 채 터벅터벅 펜싱홀을 등졌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