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4년째를 맞은 대한송유관공사가 공기업 민영화의 성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1년 민영화된 이후 만성 적자기업이란 오명을 털어내고 2년 연속 경영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이 회사의 "화려한 변신"은 한국전력 배전분할 백지화 등 참여정부 들어 공기업 민영화 기조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송유관공사의 성공적인 민영화 실험 이면에는 전사적인 비용절감 노력과 민영화 초대 최고경영자(CEO)인 조헌제 사장의 뚝심과 수익성 위주 경영방침이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조 사장은 CEO 부임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기억한다.

"회사 창립이후 민영화 직전연도까지 11년간 누적된 적자가 1천5백80억원에 달했습니다. 눈앞이 캄캄하더군요.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도 감당하지 못해 빚을 내서 빚을 갚는 경영 악순환이 계속돼왔던 겁니다."

여기에 민영화에 반대하는 노조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임원실 무단 점거,2백여일에 걸친 불법 파업 등 한바탕 소용돌이가 회사 전체를 훑고 지나갔다.

"뒤로 밀리면 낭떠러지라는 생각밖에 안했습니다. 회사가 먼저 살아야 노조도 살 수 있다는 설득에 노조도 점차 생각을 바꿔갔습니다. 저를 믿고 따라준 노조원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노조 반발이 잠잠해지면서 조 사장은 본격적인 비용절감 노력에 착수했다.

30년간 민간기업(SK(주))에 몸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송유관 시설유지.보수 자체 시행 <>동력비 절감 <>비수익성 경비 집행 최소화 등 전 사업분야에 메스를 들이댔다.

그 결과 지난 2000년 1천1백39억원에 달하던 송유 비용은 지난해 7백85억원으로 급감했고 2002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경영실적이 흑자(1백92억원)로 돌아섰다.

당초 정부가 예상한 흑자 전환시점(2005년)과 규모(4억~5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였다.

작년에도 3백52억원의 흑자를 기록,전년대비 1백% 가까운 수익 신장률을 보인데 힘입어 1천78억원의 순부채를 상환하는 등 경영 내실을 다졌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겨우 첫 발걸음을 내디뎠을 뿐입니다. 창립 후 10여년간 찌든 공기업의 타성을 털어내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판매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수익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규사업 진출이 필요합니다."

현재 송유관공사가 추진중인 대표적인 신규사업은 물류 사업과 연수원 사업.송유관공사는 송유관 부지로 사용되는 일부 부지를 물류 기지로 전환,기업들에 임대해주고 수익을 얻고 있다.

또 본사와 수도권 지사를 통합,기존 본사 건물을 연수원 건물로 활용하며 한해 20억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송유관 사업에서 쌓은 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각종 공공기관 및 일반 기업의 배관 설계와 관리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송유관 구축에 관한 노하우를 살려 진출할 수 있는 사업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물류사업이죠.거미줄처럼 전국에 깔린 송유관을 물류거점으로 한 종합물류기업으로의 거듭나기가 회사의 최종 지향점입니다."

송유관공사는 지난 90년 효율적인 송유관 수송체계 확립을 통한 안정적인 석유수급을 목적으로 설립된 뒤 지난 2001년 1월 민영화 과정을 거쳐 현재는 SK(주)를 최대 주주로 5개 정유회사와 정부 등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송유관공사는 현재 정유공장과 전국 대도시를 잇는 1천81km의 송유관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다.

<>1941년 경남 함안 출생 <>61년 부산고등학교 졸업 <>66년 부산대 경영학과 졸업<>86년 부산대 경영학 석사 <>69년 (주)유공 입사 <>96년 (주)유공 상무이사 <>98년 SK(주) 전무 <>2001년~현재 대한송유관공사 대표이사 사장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