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우리 경제는 지난 40년 동안 저임금 노동과 외국자본 유치,수출,정부 노력 등 네가지 요인이 이끌어 왔으나 이제 그런 성장엔진이 대부분 사라져 경제가 덜컹거리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박 총재는 이날 연세대에서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이틀째 열린 국제학술대회 오찬강연에서 이같이 밝히고 "독일과 일본도 이런 과정을 거쳤으며,우리 경제가 지난 40년간 연평균 7.7%라는 압축적 성장을 이룬 것과 같이 최근에는 새로운 환경에 발빠르게 적응하는 압축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3년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이 줄어든 대신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은 확대되는 등 산업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것을 그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수경기에 대해 "민간소비는 최근 들어 플러스로 돌아서 터널을 통과했고 내년까지도 나아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문제는 기업 설비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박 총재는 이같은 분석을 전제로 "올해 한국 경제의 성적을 평점으로 매길 경우 넉넉하게 주면 A마이너스,짜게 줘도 B플러스 정도는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거시경제 성적이 이렇게 양호한데도 국민들의 생활이 어려운 것은 성장의 내용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구조조정 과정이 끝나야 새로운 환경에 맞는 성장엔진을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박 총재는 "외환보유액 축적을 줄이더라도 국민들의 고통을 줄여줘야 한다"며 정부의 환율방어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정부가 수출지원 명목으로 외환시장에 개입,외환보유액이 늘고 있지만 이제는 환율하락을 용인해 물가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총재는 지난 12일 전격 단행된 콜금리 인하와 관련,"언론들이 '느닷없는 인하'라고 보도하고 있는데 어이가 없다"며 "이미 한 달 전부터 준비해 왔고 일주일 전에는 (금융통화위원들간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정부와의 사전 교감설에 대해서도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1백%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