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일본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수정한 12일 도쿄 증시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전날보다 21.39엔(0.19%) 떨어진 1만1천28.07엔으로 마감됐다.

최근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지표가 잇따라 나왔지만 주가는 전혀 무반응이다.

지난해 4월 버블 붕괴 후 최저치(7천5백7.88엔)를 찍은 뒤 지속돼온 증시 상승 국면이 마무리된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올 하반기 들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의 '허약체질'이 주가상승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회복 속도는 빨라졌다=IMF는 올해 일본 경제 성장률을 3.4%에서 4.5%로,내년은 1.9%에서 2.4%로 각각 상향조정했다.

회복세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노동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일본 경제는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에 사상 최고 이익을 낸 대기업들의 실적호조는 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도쿄 증시 상장기업 중 올해 실적전망을 상향수정한 기업만도 1백50개사를 넘는다.

기업의 설비투자도 크게 늘고 있다.

민간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민간수요는 2분기 중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한 3조5백13억엔으로,87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7월의 길거리 경기지수도 전달보다 2.9포인트 상승한 54.3을 기록,소비시장도 살아나는 추세다.

◆주가 상승세 꺾이나=닛케이 평균주가는 지난 4월 말 1만2천1백63.89엔을 기록한 후 하락세로 반전,이번주 들어 1만1천대가 무너졌다.

2개월반 만이었다.

경기회복 속도를 감안할 때 예상 밖의 주가 약세는 미국과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 등 해외요인이 주된 배경이다.

UFJ와 도쿄미쓰비시은행의 통합이 혼선을 겪는 것도 금융주를 비롯한 증시 전체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이 최근 잇따른 금리인상을 통해 긴축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증시 수급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봄 이후 주가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일본 증시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액은 지난해 8조2천억엔을 넘었고 올 3월에도 1조8천5백억엔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5월 들어 매도우위로 돌아섰으며,매수세가 많았던 6,7월에도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의 10%에 못미쳤다.

이에 따라 증시 관계자들 사이에는 올해 연중 최고치(1만2천1백63.89엔)를 연내 재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미쓰비시증권의 후지토 노리히로 투자정보부장은 "이달 중 연중 최저치(1만4백89엔) 아래로 주가가 꺼질 경우 하반기 주가 하락 폭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