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장에서 한국 지도자 반상회가 열린다.
'
세계 최고의 궁사를 가리는 아테네올림픽 양궁장에 한국인 출신의 각국 사령탑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전세계 30여개국이 올림픽 양궁에 도전장을 낸 가운데 무려 8개국의 감독이 한국인이어서 양궁 훈련장인 데켈리아트레이닝센터는 마치 국내에 온 것 같은 느낌이들 정도다.

외국팀을 이끌고 아테네에 온 한국 출신 감독은 이기식(호주), 석동은(이탈리아), 양창훈(중국), 이재형(말레이시아), 최홍기(인도), 안승범(미얀마), 이웅(멕시코),최성호(룩셈부르크)씨 등이다.

이들 가운데 석동은 감독이 49살로 가장 연장자이고 한국 남자대표팀을 이끄는서거원 감독이 한 살 아래로 그 뒤를 잇고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는 6명의 한국인 감독이 얼굴을 내밀어 4년만에 2명이 늘어난 셈인데, 최근 감독으로 위촉된 멕시코의 이웅 감독과 미얀마의 안승범 감독은이번이 올림픽 데뷔 무대다.

선수시절 한솥밥을 먹으며 정을 쌓았던 절친한 선.후배 사이인 이들이 모처럼한 자리에서 만난 탓에 자연스레 모여 오랫동안 이야기 꽃을 피워 경기장은 곧잘 반상회 분위기가 연출된다.

특히 90년대 중반 감독과 코치로 금밭을 일궜던 서거원 감독과 이기식 호주 감독은 훈련 도중 아예 의자를 끌어다 놓고 이야기 삼매경에 빠질 정도이고 다른 한국감독들도 서로 만나 기술적인 문제를 상의한다.

서거원 감독은 "선후배 사이라 모두 친하게 지내는데다 그동안 국제대회가 있을때마다 만나온 만큼 마치 반상회를 하는 기분"이라며 "서로 격의없이 이야기하고 양궁과 관련된 정보도 교환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도자가 세계 각국으로 진출하면서 상당수 외국 선수들도 이제 인사말정도는 한국어로 건넨다.

멕시코 양궁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을 만나면 "안녕하세요", "날씨 덥네요"라며또박또박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고 호주 등 다른 나라 선수들도 초급 한국어를 숙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감독은 "워낙 한국인 감독이 많은 탓에 외국선수들도 한국어를 알고 있어 우리 선수들에게 대놓고 작전을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면서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는한국인 감독간의 대결이 자주 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president21@yna.co.kr